[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검찰의 구속영장 유출 의혹을 본격 제기하면서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 측은 21일 "MBC 보도가 구속영장 범죄사실의 표현 및 구도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른바 '부산 녹취록' 전문과 함께 이 전 기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전날 MBC뉴스데스크는 <[단독] 이 前 기자 설명 듣더니…"그런 건 해볼 만하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이 전 기자의 '신라젠 취재'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독려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일가족을 설득해 유 이사장 등 정치인들에게 뿌린 돈가 장부를 받으려 한다"는 글을 채널A 법조팀 대화방에 공유했다는 내용이나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을 찾아가 유 이사장에 대한 취재 목표임을 밝히고 조언을 구했다는 부분은 '부산 녹취록'에는 없고 구속영장에만 있는 내용이다.
이 전 기자 측은 특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 3월10일 오전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카카오 보이스톡 통화도 주목하고 있다'는 MBC 보도에 대해서도 "피의자 이동재도 소환 조사시 알지 못했던 내용으로서, '증거관계'가 그대로 언론에 먼저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중요 수사기밀이 피의자에게 전달된 셈이다.
구속영장 청구는 기소 전 수사 단계에서의 절차다. '구속수사'를 전제로 하는 수사상 절차이기 때문에 피의자의 인적사항은 물론 법원 판단을 받지 않은 피의사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검찰이 모든 수사와 법리판단을 끝내고 공소제기를 위해 작성하는 공소장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형법 126조는 '검찰·경찰·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하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의혹 제기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어떻게 조치할 지 주목된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포함한 대검 지휘라인은 이번 사건 수사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앞서 지난 2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내용이 일부 공개된 것과 관련해 국회가 공소장 제출을 요구하자 거부했다. 추 장관은 같은 달 5일 출근 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국민 여러분들도 재판받을 권리에 의해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지 언론을 통해서 왜곡되거나 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국민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법무부의 조치에 대해선 잘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비판에 대해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 요구를 하고, 제출된 자료가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그런 잘못된 관행이 있어 왔다"며 "이런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국민의 공개된 재판을 받을 권리나 형사 절차에 있어서 여러 가지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1일 자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만든 바 있다"며 "이것을 법무부가 만들어놓고 스스로가 지키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찰업무를 여러번 했던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은 수사상 기밀에 포함된다"면서 "이 전 기자 측 의혹 제기에 대한 검찰 설명이 궁금하다"고 했다. 법무부 감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가정적 설명은 적절하지 않지만, 의혹이 사실이라면 감찰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