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일반지주회사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 허용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미 지주회사이면서도 체제 밖에 CVC를 두고 있는 사례가 다수 눈에 띈다. 일각에서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나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CVC 허용을 반대하는 와중에 코오롱의 경우 실제 이웅열 전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채 그룹 관계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급성장 중이다.
22일 정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벤처, 스타트업 활성화 목적으로 CVC 허용 방안을 찾고 있다. 기존 금산분리 원칙과 규제에 위배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방안이 강구됐다. 국회에는 CVC 지배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이를 두고 금산분리 논란과 재벌 사금고화, 사익편취 악용 문제가 거론되자 보완 법안들도 속속 추가됐다. CVC를 허용하되 공정위에 투자내용을 보고하는 법안,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법안, 외부자금 조달을 억제하는 법안, 이들 내용을 2~3가지 결합한 법안 등이 제안됐다.
하지만 이미 지주회사 중에서도 체제 밖에 CVC를 두고 있는 사례가 다수 있다. 코오롱(코오롱인베스트), CJ(타임와이즈인베스트), 롯데(롯데액셀러레이터) 등이다. 그 중에서도 코오롱과 롯데의 경우 지배주주인 이웅열 전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지분 투자하고 있다.
코오롱은 지주회사 체제 밖에 기타 금융업으로 분류되는 코오롱인베스트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이웅열 전 회장이 지분 12.5%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87.5%는 KOLON CHINA COMPANY LIMITED가 차지하고 있는데 외부 공개된 정보가 없다.
코오롱인베스트는 납입자본금이 160억원으로 지난해 이미 59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 전년 36억여원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 순이익도 47억여원으로 그 전년 26억여원에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무려 45%나 됐다.
코오롱인베스트는 소프트웨어 회사인 ‘내꺼(18.76%)’에 주로 지분 투자 중인데 지난해 ‘이맥스아이엔시(3.66%)’, ‘피엔씨(5.11%)’를 목록에 추가했다. 투자형태는 직접투자와 더불어 코오롱 관계사 등으로부터 투자조합 형태로 출자를 받아 대리업무를 집행하는 식이다. 회사의 이사회는 모두 코오롱 계열사 임원들로 구성돼 있다. 감사 역시 코오롱글로텍 임원이다. 사외이사는 없다. 이사회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2건의 계열회사 내부거래 승인의 건을 원안가결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도 비슷한 투자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동빈 회장이 19.99% 지분을 보유 중이고 일본 계열인 호텔롯데가 29.98%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다만 지난해까지 적자를 보고 있어 코오롱과는 처지가 다르다. 호텔롯데 상장 후 롯데와 합병하는 신동빈 회장의 장기적 계획에 따라 체제 밖 CVC 문제도 함께 청산될 듯 보인다.
지주회사 체제 밖 회사 자체로도 지배구조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때문에 LG의 경우 문재인정권 들어 체제 밖에 있던 LG상사를 그룹 내 편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CVC 허용에 따른 금산분리 원칙 논란도 불거지면서 기존 지주회사 체제 밖 CVC를 정부가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