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지속 중인 가운데 여름철 발생하기 쉬운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까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말라리아는 7~9월이 집중 발생 시기로, 연간 환자의 절반가량이 이 시기에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일 올해 첫 말라리아 감염모기가 확인됨에 따라 방제를 강화하고 예방수칙을 권고하는 등 조치에 나선 상태다. 1963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말라리아는 퇴치사업 추진으로 사라졌다가 1993년 다시 국내에 출현해 매년 400~6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올해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총 153명이다.
말라리아는 '플라스모디움(Plasmodium)'이라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열성질환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얼룩날개 모기류에 속하는 암컷 모기에 의해서 전파되는데, 국내는 중국 얼룩날개 모기 암컷이 말라리아 원충을 전파시킨다. 말라리아는 원충의 종에 따라 △삼일열 말라리아 △열대열 말라리아 △사일열 말라리아 △난형열 말라리아 △원숭이열 말라리아 5종으로 구분된다. 이 중 세계적으로 삼일열 말라리아와 열대열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비율이 가장 높다.
국내에서는 삼일열 말라리아가 발생하며, 주로 휴전선 접경지역인 인천, 경기·강원 북부에서 모기가 활발히 활동하는 5~10월에 환자의 90%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일열 말라리아의 전형적인 증상은 발열과 권태감이다. 서서히 상승하는 발열이 초기에 수 일간 지속되고, 두통이나 구역, 설사 등을 동반할 수 있다. 48시간 주기로 오한, 고열, 발한, 해열의 열발작이 반복되는데, 춥고 떨린 후 체온이 상승하는 오한기가 먼저 나타나고, 피부가 고온건조해지고 빈맥, 빈호흡 등을 보이는 발열기가 3∼6시간 이상 지속된 후 땀을 흘리는 발한기로 이어진다. 치료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증상은 일주일에서 한 달 간 혹은 그 이상에 걸쳐 계속된다. 어린이나 고령자, 면역부전환자 이외의 사람에게서는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 가능하다.
열대열 말라리아의 경우 주로 아열대 및 열대지방에서 발생하며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초기 증상은 삼일열 말라리아와 유사하지만 발열 주기성이 불분명하고 오한, 기침이나 설사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중증이 되면 황달, 응고 장애, 신부전, 간 부전, 쇼크, 의식 장애나 섬망, 혼수 등의 급성 뇌증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도 갑자기 회복이 불가능한 징후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진단과 동시에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길게는 9개월~1년 정도 증상이 계속되며, 사망률은 10% 이상에 이른다.
말라리아 증상이 의심되면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먼저 신속진단키트검사(RDT Kit)를 통해 15~20분 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말라리아 원충의 종을 감별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양성이 나오면 추가검사를 실시해 확진해야 한다. 말라리아 종류에 따라 그 치료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혈액도말 검사나 유전자 검출 검사(PCR)를 통해 말라리아 원충 또는 특이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말라리아는 백신이 없으므로 해외 말라리아 위험 지역 방문 시에는 사전에 의사와 상담해 항말라리아제 등의 예방약을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나라별로 유행하는 말라리아의 종류가 다르며 치료약에 대한 내성 정도가 다르므로 전문의에게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국내 말라리아 위험 지역을 여행할 때는 모기가 주로 활동하는 야간에는 외출을 가능한 삼가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모기를 유인하는 어두운 색 옷은 피하고 가능한 밝은 색의 긴 소매 상의, 긴 바지를 착용하여 피부 노출을 최소화 해야 한다. 모기 기피제를 바르거나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유라 GC녹십자의료재단 전문의는 "말라리아 초기증상은 발열과 오한 등으로 코로나19 초기증상과 유사해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라며 "말라리아 발생 지역에 거주하거나 방문한 뒤 의심증상이 있다면 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감염병조사팀 직원들이 수집한 말라리아 매개 모기를 분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