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 황당한 무리수…수사강행 외압 있었나

검찰 출신 법조인들 "압수수색 기본도 안 지켜…수사 성과에 대한 강한 압박 받는 듯"

입력 : 2020-07-30 오후 2:38:0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언 유착 수사 폭행' 사건을 두고 수사팀장 정진웅 부장검사의 행동에 대한 원인이 주목되고 있다. 정 검사는 전날 오후 병원에서 안정을 되찾은 뒤 귀가, 30일 정상 출근했다.
 
이날 정 검사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그리고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있는 한 검사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정 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수사팀 측에서 두차례에 걸여 밝힌 입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다만, 한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채 풀기도 전에 정 검사가 휴대폰을 빼앗으려 한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 현장에 변호인인 김종필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 휴대폰을 들고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순간이었다. 김 변호사의 입회를 허락한 사람은 정 검사 본인이다.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로비에 검사선서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구나 한 검사장이 통화를 위해 비밀번호를 풀려고 했던 휴대폰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다. 한 검사장 측과 서울중앙지검에서 밝힌 당일 압수수색 대상물은 휴대폰의 유심(Usim) 칩이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도 유심칩으로 제한돼 있다.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에 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유심칩이 끼워져 있는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상태였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팀이나 정 검사의 반박도 없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정 검사가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다 풀기 직전에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는 점이다. 정 검사는 전날 설명에서 "오른편에 서서 보니 한 검사장이 앉아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고 마지막 한 자리를 남겨두고 있었다"면서 "마지막 자리를 입력하면 압수하려는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긴급히 휴대폰을 직접 압수하려 했다"고 했다. 비밀번호를 다 풀기 전에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 측은 '비밀번호를 풀어야 변호사에게 전화할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정 검사는 '페이스 아이디 쓰는 것 다 안다, 페이스 아이디로 왜 안하고 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냐'고 따졌다. 둘의 대화를 곱씹어 보면, 한 검사장은 특정시간 대기상태였던 휴대전화의 잠금설정을 해제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 검사의 주장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문가들 말을 종합하면 휴대폰 내 모든 기록을 초기화 해 삭제할 경우 '설정앱'을 누르고 들어가 시스템 > 정보 > 휴대폰 초기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휴대폰사 계정에 등록돼 있다면 계정 비밀번호를 풀어야 한다. 이때 '페이스 아이디(얼굴인식 방식)' 같은 생체 아이디 입력은 허용되지 않고 버튼식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말이다.
 
이렇더라도 단순히 휴대전화 잠금설정을 풀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시간보다는 더 오래 걸린다. 정 검사나 수사팀은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 검사장 측은 "페이스 아이디가 아닌 비밀번호를 입력해 잠금해제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검사가 혈압 급상승 등으로 인한 근육통으로 응급치료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추측이 난무한다. 분명한 것은 한 검사장과의 물리적 충돌이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 검사는 "한 검사장의 변호인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 긴장이 풀리면서 팔과 다리의 통증 및 전신근육통 증상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법무연수원용인분원 인근 정형외과에서 전원조치를 받고 찾아간 응급실은 서울중앙지검 인근에 있는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이다. 승용차로 50분~1시간 거리다. 그러나 법무연수원용인분원 가까이에는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제생병원, 분당차병원 등이 있다. 사건 처리가 긴급하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한 뒤 업무를 보다가 근육통이 심해져 검찰청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여론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고위검찰간부 출신 변호사는 "정 검사 나이가 50인 넘은 상황에서 활극 수준의 일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명색이 부장검사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1부장검사는 다른 부장검사와 달리 매우 노련한 베테랑이다. 정  부장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권고에 불복한다는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들어갔다는 것은 그만큼 수사팀이 쫓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어이없는 무리수를 뒀다. 수사 강행에 대한 상당한 압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형사부 부장검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도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오히려 수사기류가 갑자기 변했다. (정 부장이) 수사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여론 비판까지 혼자 안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럴수록 A-B-C(수사 기본절차)대로 가야 한다. 당장 확보한 휴대폰만 해도 법정에서 증거능력에 대한 시비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 검사장 측은 "수사팀은 압수수색 착수시, 변호인에게 전혀 사전 고지하지 않았는데, 그것도 위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검찰 원로 출신 법조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참으로 볼썽 사납고, 부끄러운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작은 사건 같지만 검찰 쇠퇴기에 발생한 상징적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통탄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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