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비정규직 지회가 최근 회사 운영자금 통장을 압류하면서 금호타이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압류가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광주지법은 지회가 제기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받아들였고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법인 계좌거래를 중단시켰다. 올해 1월17일 광주지법 1심 재판부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원고들이 금호타이어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정규직 사원과의 임금차액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금호타이어는 1심 판결 이후 항소를 제기했으며, 양측은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특별협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회는 이달 28일 채권압류 신청을 강행했다. 대상자는 414명이며, 금액은 약 204억원이다.
법인계좌가 압류되면서 우선 하계 휴가비용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규직 노조 측은 “이번 통장압류 사안은 사측이 불법파견임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도급화를 추진해서 발생했다”면서 “사측의 책임인만큼, 하계휴가비와 각종 수당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비정규직 지회가 회사 운영자금 통장을 압류하면서 금호타이어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8년 9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19년에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단가정책, 생산량 조절을 위한 공장휴무, 비용 및 원가절감 등 경영정상화 활동으로 57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환됐다. 올해는 창립 60주년을 맞이해 매출확대를 통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 악재를 맞아 1분기 184억원의 손실을 봤고 2분기도 적자가 유력하다.
사측은 지난 28일 정규직 노조와의 2차 본교섭에서 영업이익률 6% 달성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19 상황과 미국 반덤핑 관세로 인해 상황이 더욱 불확실해져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550억원 수준으로 예측했지만 압류 상황이 지속되면 적자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회에 경영환경이 나아질때 까지만이라도 비용지급을 유보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대신 일부 금액을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향후 급여나 납품대금 지급이 중지되고 여신거래가 중단된다면 회사 상황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존재해야 일자리도 지키고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회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압류상황 지속 시 회사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회와 대화를 계속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