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여성이사 할당’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5일 시행됐다. 2년간 유예기간을 둔 만큼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상장 증권사 사외이사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
자기자본2조원 이상 상장증권사 기준. 표/뉴스토마토
당장 이날부터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채비를 갖춘 증권사는 3곳 중 1곳에 그친 셈이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대신증권을 제외하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이사회 모두 남성으로만 구성돼 있다.
여성 임원 비율도 저조했다. 올해 1분기 현재 증권사 7곳의 등기·미등기 임원을 포함한 전체 임원은 334명으로 이 중 여성임원은 16명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4.7%만 여성인 것이다. 이는 최근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1분기 상장법인 전체 성별 임원 현황 조사’의 평균치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 선임 기업은 66.7%(98개)며, 여성 임원은 4.5%(397명)로 나왔다. 전체 기업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산업은 교육 서비스업으로 15.1%를 차지했으며 협회 및 단체·기타 개인 서비스업(10.0%),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9.6%), 사업시설 관리·임대 서비스업(8.1%) 순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사외이사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부터 사외이사 임기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된 데다 이사회 성별 구성과 관련한 특례조항이 오는 2022년까지 2년 간 유예를 둔만큼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진에 변화를 꾀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조윤제 사외이사가 지난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입성하면서 공석이 생겼고 조성일·정용선 사외이사의 임기도 내년 3월 만료된다. NH투자증권에서는 소속 법무법인이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의 변호대리인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박철 사외이사가 지난달 중도 사임함에 따라 이사진 보강이 필요한 상태며 전홍열, 박상호 이사의 임기도 내년 종료된다.
이밖에 여성임원이 한명도 없는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사외이사 전원의 임기가 2021년 주총 종결시로 맞춰져 있다. 삼성증권에서는 정부균 사외이사가, 메리츠증권에서는 구정한·김현욱 사외이사의 임기가 2021년3월 만료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성(性)의 다양성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경영형태의 건강도를 높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해외 유수의 연구 결과를 봐도 균형잡힌 성비가 기업 경영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재벌기업이라거나 거수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여러 각도,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조직 내 의사결정이나 권력구조 변화 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백아란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