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법원 집행관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검찰이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김래니) 심리로 열린 이 전 법원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서부지법 집행관 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영장 사본을 입수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하는 등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임 전 차장. 사진/뉴시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은 법원에 집행관 사무소 비리와 관련한 영장 청구서가 접수된 것을 계기로 수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정보를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며 "그 과정에서 체포영장 발부 사실이 유출돼 대상자가 도망하기도 했고, 질책을 받았던 영장 담당 판사는 자신의 영장 발부율을 낮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은 헌법상 영장주의 취지를 오염시키고 훼손했으며, 조직 보호를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점에서 범행이 매우 중대하다"면서 "그런데도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도 아닌 현직 고위 법관이 자신의 죄책을 면하기 위해 영장 기록은 법원이 갖고 있으므로 내부에서 어떻게 활용하든지 문제없고 정당하다며 헌법에 반하는 주장까지 한다"면서 "현직 부장판사 및 고위 공무원이 검찰에 겁을 먹어 허위진술을 했다며 이들의 인격까지 깎아내리는 주장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범행 후의 정황도 유리하게 참작할 부분이 없다"며 "엄중한 사법적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법원장은 최후진술에서 "검찰은 특정한 목적과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수사한 끝에 법원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하지만 재판을 진행한 결과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전부 탄핵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수사·기소는 검찰권이 제대로 행사된 것이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며 ”이것이야말로 검찰권을 남용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법원장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의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은폐하고자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법원 사무국장 등에게 총 8차례에 걸쳐 영장청구서 사본과 관련자 진술 내용 등을 신속히 입수하고 보고하게 하는 방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법원장은 보고받은 내용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총 5차례에 걸쳐 전달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오는 9월18일 이 전 법원장의 선고를 하기로 했다. 이른바 '사법농단'과 관련된 사건의 네 번째 선고다. 앞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임성근 부장판사 등에 대해서는 1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