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선업, 남은 일감 16년만에 최저…"2년치도 안 남아"

7월 수주잔량 6957만CGT…2004년 이후 가장 낮아

입력 : 2020-08-19 오후 2:22:52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글로벌 조선업계의 일감이 1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발주 물량이 쪼그라들면서 수주난이 가중돼 조선사들의 곳간은 날로 빈약해지고 있다.
 
19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발주된 물량은 661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58% 가량 빠졌다. 발주량은 지난 2018년 2118만CGT에서 2019년 1573만CGT로 26% 하락한 데 이어 올해까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달 들어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수주량 1위에 올랐다. 고부가가치선인 액화천연가스(LNG)선 4척 등 12척을 수주하며 중국과 일본을 제치는데 성공했다. 
 
1위에 올랐지만 마냥 즐거울 수 없다. 빈 곳간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6월 글로벌 수주잔량은 전달보다 2% 감소한 7077만CGT를 기록했다. 7월에도 1% 소폭 줄어든 6957만CGT로 나타났다. 수주 잔량은 조선소에서 일감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는 척도다. 수주잔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향후 건조 일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조선업계의 수주가뭄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문제는 수주잔량 하락세가 크지 않음에도 역사적 저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수주잔량은 지난 2004년 1월(6805만CGT) 이후 16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선박이 건조되면 조선소에서 일감이 빠져나간다. 추가로 신조선을 수주해야 공백을 메울수 있지만 지금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너무 적다.  
 
수주잔량은 선박에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중량을 나타내는 DWT(재화중량톤수)기준으로도 1억5697만DWT를 기록하며 2007년 3월 1억5612만DWT 이후 13년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선종 별로 보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이 급격히 빠졌다. 발틱국제해운거래소(BIMCO)에 따르면 7월 기준 벌크선 수주잔량은 6340만DWT로 2004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4.7% 줄었다. 컨테이너선도 10.3% 하락하며 2003년 9월 이후 17년만에 최저치다. 
 
그나마 원유운반선은 4.2% 줄어든 3630만DWT를 기록하며 하락세가 적었다. 지난 20년간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에 비해 발주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운반선은 12% 줄며 원유운반선에 비해 일감이 더 많이 빠졌다. 
 
BIMCO의 수석연구원 피터 샌드(Peter Sand)는 "발주 시장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았다"며 "선주와 투자자는 신조선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행인 점은 선박 해체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폐선량 증가를 신조선 발주 증가의 전조로 해석한다. 7월 한달 간 글로벌 선박 해체량은 180만DWT로 전년 동기 대비 120만DWT 증가했다. 앞서 4월과 비교하면 거의 400% 뛰었다. 현재 일감이 빠르게 줄고 있는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해체량이 각 80.9%, 26.3%나 급증했다. 
 
그럼에도 앞으로 발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여전히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선박 공급과잉 문제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Peter Sand는 "올해 무역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체량 증가와 발주량 감소에도 공급과잉은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022년쯤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도 "발주 물량이 적어 일거리가 떨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조선사들이 가지고 있는 물량은 2년치가 안될 것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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