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언택트의 그늘)② "못해도 별 수 있나"…키오스크가 낯선 노인들

노인들은 기계 뒤 '뒷짐'…조작 미숙해 직원과 실랑이도

입력 : 2020-08-21 오전 5:35:00
[뉴스토마토 김지영·최승원 기자] "아무래도 낯설죠.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70대 여성 김모씨는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19일 오후 김포공항을 찾았지만 체크인은 직접 하지 않았다. 항공사들이 장려하는 키오스크를 통한 셀프체크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함께 온 아들이 셀프체크인을 하는 동안 김씨는 뒤에서 지켜보며 기다렸다.
 
김씨는 "나이가 있다 보니 처음 보는 기계로 무언가를 한다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며 "만약 혼자 왔더라도 직접은 어려웠을 것 같고 직원의 도움을 받아 수속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에 설치된 셀프체크인 키오스크 첫 화면. 사진/김지영 기자
 
젊은층은 1분컷…노년층은 '뒷짐'
 
이날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지켜본 수많은 승객은 탑승수속장에 도착하자 셀프체크인 기계 앞에부터 섰다. 하지만 체크인에 걸리는 시간은 제각각이었다. 20~30대 승객은 셀프체크인을 하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길어졌다. 한 60대 남성은 셀프체크인 기계 앞에서 스마트폰을 한참 들여다본 후 3분여 만에 수속을 마치기도 했다.
 
셀프체크인 수속을 도와주는 직원들도 나이가 많은 승객일수록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이날 중년 남성 3명이 1분이 넘도록 헤맸는데 뒤이은 직원의 도움으로 2분여 만에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셀프체크인 수속을 돕는 업무를 하는 한 항공사의 직원은 "아무래도 나이가 많을수록 어려워하신다"며 "예약번호가 영어랑 숫자가 섞여 있는데 그걸 찾아 입력하는 걸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찾은 공항에서는 키오스크 조작 미숙으로 직원과 실랑이를 하는 광경도 엿볼 수 있었다. 중년 남성이 키오스크를 통해 가족 4명의 체크인을 모두 완료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한 명만 체크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 승객은 결국 수하물 위탁 절차를 밟다 다시 셀프체크인 기계로 돌아가야 했다.
 
반면 젊은층 중에는 모바일로 체크인을 이미 마친 후 공항에 도착하는 경우도 많았다. 친구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 위해 김포공항을 찾았다는 20대 여성은 "모바일로 이미 체크인을 했고 위탁할 수하물도 없어 바로 탑승 구역으로 넘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승객 두 명이 제주항공 카운터 앞에서 셀프체크인 중인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수수료 아깝지만…못하니 별수 없어"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대면 체크인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제주항공 카운터를 찾았더니 '공항 카운터에서 탑승권 발급 시 수수료 3000원(1인 기준)이 부과됩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 있었다. 그래서인지 셀프체크인을 돕는 직원은 다른 항공사보다 더 많은 편이었다. 직원들은 승객들이 도움을 청하거나 버벅거리면 다가가 셀프체크인을 도왔다. 이 와중에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승객 두 명은 함께 온 일행이 셀프체크인을 하는 동안 뒤에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공항을 찾은 70대 남성 승객은 "기계로 하는 게 더 빠르다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더 편하다"며 "하지만 어쩌겠나. 시대가 바뀌니 나이가 있는 사람들도 여행 다니려면 배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항공권 구매를 해봤냐는 질문에 이 승객은 "엄두도 안 난다"고 손사래를 쳤다. 앞으로 대한항공의 항공권을 현장에서 구매하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하자 "나야 딸에게 부탁하면 핸드폰으로 해줄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주변에 도움받을 곳이 없는 노인들은 좀 억울하긴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제주항공과 대한항공은 일부 대면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비대면 서비스가 더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도 각종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며 승객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공항에서 본 노인들에게 언택트는 오히려 더 느리고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듯 했다. 
 
김지영·최승원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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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