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허용될 때까지 계속 신청하겠다는 건가요?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신청 횟수를 제한해야 합니다"
중견·중소 IT 서비스 업계에서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참여제한 예외 신청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교육부가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 사업에 대해 네 번째로 도전한 '대기업참여제한 예외 인정' 신청이 반려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터져 나온 불만이다.
'신산업 분야 공공 SW사업 대기업참여제도 운영지침'에 따르면 빅데이터·차세대 통신·인공지능 등 SW 기반의 신기술 적용 사업에 대해서는 대기업참여제한 예외 신청을 할 수 있다. 또 SW산업진흥법은 국방·외교·치안·전력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정해 고시하는 사업에 대해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발주기관이 대기업참여 예외 인정을 요청하는 횟수에 대한 제한은 없다.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해달라는 신청을 네 차례까지 했다. 이에 대해 중견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21일 "부처가 같은 주제로 네 차례나 대기업참여제한 예외 신청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행정력 낭비"라며 "예외 신청 횟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진행 중인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의 하위 법령 관련 비공개 토론회에서도 대기업참여제한 예외 신청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대기업참여제한 예외 신청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 검토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며 "업계의 의견을 듣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3세대 나이스는 앞서 삼성SDS가 구축했으며 대기업참여제한제도가 시행된 후 현재는 중견 IT서비스 기업이 유지보수를 맡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밀집한 서울의 도심 모습. 사진/뉴시스
또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은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시행 후 중견 기업들의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지적에 대해 자정 노력으로 이익이 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가격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예산의 80% 수준까지 낮아지고 잦은 설계변경, 기능 추가 요구에 대한 보상체계가 없어 이익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SW 기업들은 발주기관의 제안요청서(RFP)에 나오는 예산의 80%까지만 낮춰 입찰할 수 있다.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인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장치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시행 초기엔 가격 경쟁으로 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자정 노력을 거쳐 예산의 90~95% 수준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2017년부터는 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대기업은 수출이 가능한 서비스형 민간투자 사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중견기업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신용 보증 등 지원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