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항원을 직접적으로 표적하는 항체치료제는 최근 다수 개발사가 시도하는 약물재창출 방식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
창립 이후 10년 간 항체신약 개발에 집중해 온 앱클론은 2종의 코로나19 관련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된 항체 발견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유한양행과의 항체 치료제 공동 개발과 자가면역질환을 타킷으로 한 고유 이중항체 파이프라인 활용 투트랙 전략을 통해 미충족 수요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목표다. <뉴스토마토>는 25일 서울시 구로구 앱클론 사옥에서 이재원 앱클론 전략팀 이사를 만나 코로나19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개발 배경 및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앱클론은 지난 1월31일부터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중국 우한지역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국내 상륙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프로젝트 시작 3개월 만에 후보주를 도출해 낸 앱클론은 국내외 다수 제약사로들로부터 협업 제의를 받았지만, 그동안 기술수출 등을 통해 인연을 지속해 온 유한양행을 파트너로 낙점했다. 이후 양사는 협력을 통해 햄스터를 활용한 동물실험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앱클론을 제외한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가
셀트리온(068270) 뿐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앱클론이 다수 대형 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던 배경엔 자체 플랫폼 기술인 'NEST' 플랫폼이 존재한다. 기존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은 특정 항원에 대한 저마다의 에피톱(항체가 달라붙는 항원의 위치)를 보유하고 있다. NEST 플랫폼은 기존 의약품이 붙지 않는 다른 에피톱에 항체가 붙도록 유도에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앱클론이 후보주 도출을 비교적 빠른 시간 이뤄낼 수 있던 이유 역시 해당 기술 활용을 통한 노하우 축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재원 앱클론 전략팀 이사는 "NEST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이 요청하는 항체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정항원의 항체를 찾아내는데 특화된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해온 만큼 코로나19 항원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주 도출 역시 단기간 내 이뤄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앱클론 외 국내에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은 셀트리온이다. 항체 치료제를 코로나19 해결책으로 낙점하고 서정진 회장 주도로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주목도와 개발 속도 측면에서 셀트리온이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지난 2월 동물실험 실시 이후 7월 국산 신약으론 최초로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은 상태다. 내년 상반기 치료제 개발 완료를 목표로 올 하반기 본격적인 치료제 상업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때문에 국내 첫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선두는 셀트리온이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앱클론 역시 이를 알고 있지만 속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변종과 변이가 잦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상 하나의 치료제가 먼저 나왔다고 모든 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업계 역시 국내에서 개발 중인 대부분의 코로나19 치료제가 기존 약물을 활용한 약물재창출 방식인 만큼, 셀트리온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항체치료제 분야에 대한 전반적 가치와 주목도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원 이사는 "코로나19가 단기적인 이슈가 아니라 지속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 역시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넥스트웨이브(Next Wave)'가 존재하는 만큼 노하우가 축적된 항체치료제 전문 기업으로서의 충분한 잠재력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앱클론이 개발 중인 또 하나의 코로나19 관련 파이프라인은 회사가 자가면역질환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이중항체치료제 'AM201'이다.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질환 단백질 'TNF-α'와 'IL-6'를 동시에 억제하는 AM201을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이 겪는 사이토카인폭풍(면역체계가 과도한 반응을 일으켜 거꾸로 인체를 공격)을 억제하는 약물로 개발한다는 취지다. 현재 대량생산 가능을 위한 최종 세포주 선별 단계에 있으며, 자가면역질환과 사이토카인폭풍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을 적응증으로 한 기술이전도 동시에 준비 중이다.
앱클론 소속 연구원이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앱클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