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현대건설(000720)과 SK건설이 국토교통부의 '건설근로자 고용평가제'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의 지난해 정규직 고용 상황이 전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평가제는 정부가 건설근로자 정규직 채용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올해 처음 시행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평가제를 통과해 등급을 받은 건설사에 대해 시공능력평가 가산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30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건설사 중 이번 고용 평가에 참여한 건설사는 현대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SK건설, 포스코건설만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 회사 중 국토부 기준을 통과해 정상 등급을 받은 건 포스코건설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배포된 등급 평가 리스트에 포스코건설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시행된 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건설산업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건설사 노력을 측정해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전체 근로자 중 정규직 비율을 기초로 신규 채용 정규직과 청년 정규직 등을 파악해 이를 점수로 산정하고 등급을 매긴다. 플러스(+) 점수가 나오면 1년간 정규직 고용 상황이 전년보다 개선됐다는 의미다.
현대건설과 SK건설은 마이너스(-) 점수가 나와 등급을 받지 못했다. 두 회사의 지난해 정규직 고용 상태가 전년 대비 나빠졌다는 뜻이다. 포스코건설은 정규직 고용 상황이 조금 나아져 2등급을 받았다. 플러스 점수를 받은 기업 797곳 중 상위 30%~70%에 속한다.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028260)이나
대림산업(00021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롯데건설 등 나머지 7개사는 이번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부 건설사들은 이런 평가가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행이라 그런지 유관부서 담당자 조차도 이런 평가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의무 참여가 아닌데다, 올해 이 평가에 참여한다고 당장 어떤 이득이나 손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신청할 이유도 없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고용평가를 두고 건설사들간 긴장감이 흐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 발표하는 고용평가는 내년 7월말에 나오는 시공능력평가에 가산점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1등급을 받는 건설사는 공사 실적의 5%, 2등급 4%, 3등급 3% 등 가점이 부여된다. 시공능력평가는 공공발주나 정비사업 입찰시 커트라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이 가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필수 참여는 아니지만, 공공공사 발주 때 시공능력평가순위가 입찰 조건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참여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도 “시공능력평가 가점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고용평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시공능력평가 상승을 위해 정규직 채용 비율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고용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정규직 채용을 늘리면 그에 따른 인건비 지출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대다수 대형 건설사는 상반기 판매관리비에서 급여 비중이 가장 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규직을 늘리면 비용도 늘어나고, 고용평가에 신청했다가 등급을 못 받으면 정규직 고용 상황이 나빠졌다는 게 된다”라며 “시공능력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는 근로자가 많은 특성상 고용평가에서 불리하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돌고 있다”라며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