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의료기기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므로 이를 규정한 의료기기법 조항은 위헌이란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의료기기업체 A사는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전주시장으로부터 업무정지 3일 처분을 받자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와 같은 법 제36조 제1항 제14호 중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해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전주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또 의료기기업체 대표 B씨는 관할 관청의 심의를 받지 않은 내용의 광고물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의료기기를 광고한 혐의로 기소되자 재판 중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와 같은 법 제52조 제1항 제1호 중 '제24조 제2항을 위반한 자'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도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를 구성하는 심판 대상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현행 헌법상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된다"며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는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효과 또는 그 원리 등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려 해당 의료기기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상업광고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됨과 동시에 같은 조 제2항의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의 주체는 행정기관인 식약처장이고, 식약처장은 법상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심의기관의 장이 심의위원을 위촉하려면 식약처장과 협의해야 하고, 심의위원의 수와 자격, 임기 등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해 식약처고시로 규율하는 등 심의위원회 구성에 행정권이 개입할 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상 그 구성에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영진 재판관은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심의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심의 업무와 관련해 식약처장 등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로서 그 행정 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경상남도 등과 전라남도 등 간의 권한쟁의 심판 사건 공개 변론을 위해 착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