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에 전국 최초로 경계선 지능을 가진 학생이나 청년들을 지원하는 조례가 추진된다.
30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채유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경계선 지능 청년 지원 조례안과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안을 각각 발의했다. 경계선 지능 관련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전국 최초다.
흔히 ‘느린 학습자’라고도 불리는 경계선지능 아동은 지능지수(IQ)가 전체의 13% 가량으로 추정되지만,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아 교육이나 복지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다수는 일반 학교에 다니지만 집중력이 부족하고 정서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또래에 비해 뒤처지기 쉽다. 이로 인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거나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채 의원이 발의한 경계선 지능 청년 지원 조례안은 경계선 지능 청년 지원계획 수립, 실태조사 실시,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사업, 문화·예술·체육·여가활동 지원, 가족 상담 지원, 경계선 지능 청년 지원센터 설립 등을 포함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 평생교육 지원 조례도 평생교육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거쳐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가족 상담 등을 지원할 센터를 위탁 운영하도록 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경계선 지능 자녀를 둔 학부모 2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의 46%(121명)은 ‘부모와 가족이 모든 부담을 감당 해야 한다’는 점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어 △치료, 교육에 대한 경제적부담 27%(71명) △정서적 무력감 및 죄책감 9.9%(26명) △정보부족 및 체력적 한계 9.1%(24명) 등이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사회성 기술(32.7%, 86명)’과 ‘직업교육 및 취업알선(29.3%, 77명)’을 선택했다. 느린학습자 자녀를 둔 학부모 60% 이상이 자녀들의 자립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미 네덜란드에서는 느린학습자 취업연계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을 둬 경계선 지능인의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교육훈련을 지원한다. 대상자들의 적성을 파악해 맞춤형 직업을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고용주와 노동자 간 실제 매칭가능성도 검토한다. 업무영역별 필요 자격증 이수지원 및 고용네트워크 등도 관리한다.
서울시도 올해 예산 3억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1년간 경계선 지능 청년 4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응 지원과 경제적 자립을 돕고자 소양교육과 직무교육, 취업연계 등을 종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사업효과성을 검증하고 이후 확대추진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채유미 시의원은 “경계선 지능인은 실제 존재하는 인구로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학교밖 청소년으로 넘어가거나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조례 제정으로 학생 시절부터 언어교육·미술심리·놀이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유미 시의원이 7월23일 서울시동북권NPO지원센터에서 열린 ‘느린학습자 관련 시정활동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