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확실성에…주요 건설사, 공사비 미회수 우려 높아

상반기 대손충당금 설정률, 지난해보다 상승…“코로나19 영향 반영”

입력 : 2020-08-31 오후 2:32:23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받기로 한 공사비 중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건설사의 주요 매출채권인 공사미수금에서 상반기말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지난해보다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발주처의 자금 상황이 나빠질 경우를 예상해 떼일 돈의 비중을 늘렸다는 것이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상반기말 주요 대형 건설사들에서 공사미수금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지난해말보다 상승했다. 공사미수금은 공사를 해주고 아직 받지 못한 기성금이다.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건설사가 받아야 할 돈 중에서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상승한다는 건 건설사가 발주처에서 회수할 공사비를 적게 잡고 있다는 의미다.
 
GS건설(006360)은 상반기 공사미수금이 1조5396억원이었는데 이중 대손충당금으로 1782억원을 쌓았다. 공사미수금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약 11.6%다. 이는 지난해말 9.1%보다 높아진 수치다. 현대건설(000720)은 상반기 공사미수금 1조3655억원 중 1822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잡았다.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13.3%로, 지난해말 10.6%보다 상승했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도 설정률이 커졌다. 지난해말 공사미수금 4633억원 중 대손충당금을 1079억원으로 쌓아 설정률이 23.2%였는데. 상반기말에는 공사미수금은 3303억원으로 감소하고 충당금은 1440억원으로 늘어 설정률이 43.6%로 뛰었다. 
 
대우건설(047040)은 공사미수금이 포함되는 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을 지난해말 21.1%에서 상반기말 26.7%로 늘렸다. 대우건설은 반기보고서에서 공사미수금을 따로 기재하지는 않았으나, 회수 가능한 공사비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건설업계에서 못 받을 공사비의 비율을 높이는 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불황 우려가 짙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 악화로 발주처의 지급 여력이 나빠지면 매출채권은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떼일 공사비의 설정률을 미리 높여 잡아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대손충당금을 새로 쌓을 경우에는 판매관리비인 대손상각비가 늘어나고, 이는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은 보통 과거의 손실 경험을 토대로 쌓고 개별 사업장마다 이슈를 반영해 늘리곤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란 변수도 있다”라며 “이 같은 우려가 대손충당금 설정률에 일부 반영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사업장이 많은 곳은 공사 현장의 중단 가능성 때문에 대손충당금에 관한 우려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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