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연휴 기간 이동과 모임을 정부가 막아달라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동의를 모으고 있다. 한 청원인이 지난달 17일 게시한 ‘추석 명절 기간 락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글은 명절활동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정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이나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을 차라리 빨리 시행해 2주간 딱 아프고 깔끔하게 싹을 잘랐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광복절 집회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루에도 수백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2단계, 2.5단계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자 극도의 피로감과 공포를 호소하는 목소리다.
물론 2.5단계 시행 이후 일상에 많은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집회는 고사하고 재택근무가 부쩍 늘어난데다 저녁 약속도 다 없어지니 소상공인이나 소비자 모두 사실상 멈춰섰다고 호소해도 틀린 얘기가 아니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몇 달 고생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름휴가도 다 망치고 이제는 내년이 돼도 기약이 없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래도 무조건적인 3단계 시행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미 2.5단계로 지자체마다 상당한 수위의 조치가 시행되면서 부분적인 3단계라고 여길 수 있지만, ‘3단계에 준하는’, ‘사실상 3단계’는 아직 3단계가 아니란 얘기다. 3단계 시행 이후엔 일부나마 등교하던 학교도 원격수업 또는 휴업해야 하며, 고위험시설뿐만 아니라 중위험시설도 운영중단해야 한다. 3단계에 비하면 지금은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3단계 시행은 심리적인 여파도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가운데 최고 수준인 만큼 유럽과 미국에서 시행했던 락다운, 즉 이동 봉쇄 조치 외에는 더이상 정책적으로 취할 수 있는 카드도 사라진다. ‘K-방역’의 명성은 고사하고 그동안 겨우겨우 버티던 소상공인과 시민들도 심리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물론 락다운을 한다고 해서 깔끔하게 코로나 걱정이 사라진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대만, 베트남 등이 락다운 시행 후 섣불리 코로나 종식선언했던 국가들이 현재 다시 지역감염이 발발하거나 외부감염을 통제하지 못해 애를 먹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락다운을 하고나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간대도 이태원 클럽이나 신천지, 사랑제일교회 같은 제2, 제3의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우리가 선택 가능한 카드는 확산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실효적인 백신 개발이나 치료방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 검사나 진단 영역에서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하루하루 발생하는 양을 줄이고 음압병상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 확진자수를 200명대, 100명대, 두자릿수, 50명 이하로 다시 낮춰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 1단계로 일상을 부분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 우리 모두 코로나의 정체는 거의 알아냈다. 우리 사회에 코로나가 다가왔을 때 어떤 사람들이 더 사망률이 높고, 어떤 상황에서 전파가 잘되는지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방역지침을 조금 더 손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분야별로 세분화하고 병상을 확보하는 등 대비할 수 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나도 내가 처음이라’,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같은 말처럼 우리 모두 코로나가 처음이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앞서 메르스를 겪은 덕분에 초기 대응은 조금 편했지만, 알고보니 코로나는 메르스보다도 훨씬 장기전이었다. 장기전은 끈기있게 버텨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버텨야 한다.
박용준 공동체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