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잡은 LG화학, SK이노 압박하는 이유는

합의금 두고 커지는 양사 이견…ITC 조기패소 재검토도 걱정

입력 : 2020-09-03 오후 4:28:42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G화학(051910)이 '배터리 소송' 적군 SK이노베이션(096770)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두 기업은 최종 판결에 앞서 합의금 규모를 협의 중인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제시하는 수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합의금 규모를 키우고 곧 있을 최종 판결에서도 승소하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10월 5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다. 현재 ITC는 SK이노베이션의 고의성을 인정해 조기패소(예비결정) 판결을 내린 상태지만 SK이노베이션이 이의제기하면서 이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LG화학은 최근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이 올해 3월까지 계속됐다며 이를 제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현재까지는 LG화학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대부분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다. ITC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재검토 중이지만 조기패소 판결이 나왔고 최근 국내 법원도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부제소 합의' 소송에서 LG화학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소송의 경우 LG화학이 관련 특허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놓고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건 맞소송이다.
 
다만 ITC의 조기패소 판결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이의제기에 따라 위원들이 재검토 결정을 하면서 LG화학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ITC가 최종 판결에 앞서 내리는 예비판결에 소송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재검토하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라는 의견도 있지만 위원 5명이 만장일치로 재검토를 결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시선도 있기 때문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 중인 가운데 두 회사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각 사 사옥. 사진/뉴시스
 
아울러 ITC가 '공익'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25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패소하면 이 사업 또한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폭스바겐과 포드 전기차에 탑재할 예정으로 이들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받지 못하면 향후 전기차 사업은 물론 미국 공장 고용에도 타격이 생길 것이라고 ITC에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미 승기를 잡긴 했지만 변수도 있어 LG화학이 압박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의 갈등의 골도 점점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수조원대 합의금을 요구하며 원하는 수준의 배상이 없다면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또한 수조원의 합의금을 물 바에얀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화학은 지난해 4월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후 같은 해 9월 분리막 특허침해 소송을 추가로 제기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국내 소송을 비롯해 5건이 넘는 소송이 맞물려 있어 오는 10월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 후에도 두 회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법정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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