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재개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입국 제한을 최근 완화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 경계하는 분위기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민항국은 최근 캄보디아를 비롯해 태국, 파키스탄, 그리스, 덴마크 등 8개국 도시를 오가는 베이징 직항 운항을 허용했다. 지난 3월 말 외국 항공기 입국을 금지한 지 6개월 만에 하늘길을 다시 연 것이다.

 

한국은 후보군에 있었지만 결국 제외했다. 중국 당국이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위험 지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의 경우 정기편 대신 전세기를 통해 기업인들을 실어 오는 부정기편만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과 4일 이틀 동안 현대자동차 직원과 가족, 협력사 직원 600여명이 전세기를 통해 베이징에 입국한 바 있다.

 

 

국적기들이 운항하거나 곧 재개하는 중국 정기편은 모두 11개 노선이다. 코로나19 이전 중국 노선 수는 60여개에 달했는데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톈진·광저우·선양 3개 노선을 운영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이 난징·창춘·청두 3개 노선에 항공기를 띄운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웨이하이·시안·선전·옌타이·엔지 등 각각 1개 노선씩 운영 중이다. 보통 주당 1회에서 격주 1회씩 운항한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중국을 잇는 노선은 △대한항공 인천~선양 △아시아나항공 인천~창춘 △제주항공 인천~웨이하이 3개뿐이었다. 이처럼 3개 국적사가 3개 노선만 운영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늘었지만 업계에선 아직 갈 길은 멀다는 반응이다.

 

현재 국적사들에 가장 시급한 노선은 수도인 베이징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북경 노선에는 부정기편을 포함해 6580편의 항공기가 떴다. 수송한 여객 수는 120만명, 화물은 4만5800여톤에 달한다. 홍콩, 도쿄, 타이페이, 다낭, 방콕 등 여행 수요가 많은 곳을 제외하고는 한 해 가장 많은 항공기를 띄우는 황금 노선인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노선은 지난 3월 말부터 정상 운영이 불가능했다. 지난 3~7월 5개월간 인천~베이징을 오간 항공기 운항 편수는 부정기편을 포함해 431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715편이 떴는데 이와 비교하면 84% 줄어든 수준이다.

 

 

 

이처럼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노선 수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꺾이면서 비즈니스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야 하는 기업 승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좌석도 70~75%만 채우면서 중국 노선은 모든 항공사를 통틀어 몇 달 치 예약이 밀린 상황이다.

 

국적사들은 중국 노선을 늘리기 위해 현지 당국과 협의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재유행과 한·중 관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에 막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의 경우 기업 전세기 외에는 한국 출발 항공기를 잘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기업 외 교민 수요, 유학생 수요도 많은데 이를 소화하기 위해선 정기편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수요를 직접적으로 잡기가 어려워지자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 출발 환승객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부터 중국에서 출발한 승객이 미국과 유럽 등 제3국으로 향할 때 무비자로 인천공항을 경유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 직항 항공편이 없는 상황인데 인천공항 무비자 경유가 가능해지면서 실제 환승객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에 베이징 직항 운영 국가 목록에서 한국이 빠진 것은 코로나19 재유행보다는 외교 역량 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근 들어 두드러진 것은 맞지만 베이징 직항을 운영하게 된 캐나다와 스웨덴 역시 매일 두자릿수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