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이 수사를 미적대면서 '추 장관 아들 병역 특혜 의혹'에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검찰 내부에서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는 지난 1월 수사에 착수했으나 8개월이 다 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담당 부장검사와 지검장이 두번이나 바뀌었다.
서울동부지검의 한 관계자는 9일 "이번 사건은 매우 단순하다. 몇개월씩이나 끌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고발도 정치권이 했고, 이슈도 정치권이 주도하고 있다"며 "지금 수사는 정치권과 여론에 떠밀리고 있다. 스스로 정쟁 속으로 뛰어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 뒷문으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국민의힘(옛 자유한국당)은 지난 1월3일 추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 근무기피 목적 위계죄의 공동정범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대검은 이 사건을 같은 달 서울동부지검으로 내려 보냈고, 곧바로 형사1부로 배당됐다.
고발장에 적시된 의혹은 2017년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에서 일병으로 근무 중이던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가 병가를 나왔다가 2일간 복귀하지 않은 것을 추 장관 측에서 무마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사건 발생 당시 추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다.
검찰이 수사를 미루는 사이 '추 장관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은 국민의힘 측과 서씨 측의 고발전이 이어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서씨에 대해서는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과, 장애가 있는 아버지 혜택을 받아 자동차를 싸게 구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추 장관의 딸과 관련해서도 프랑스 유학 준비 중 비자를 빨리 발급해달라는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도 언론을 통해 불거졌다.
법조계에서는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가 추 장관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그동안의 수사와 검찰 인사를 보면, 자의든 타의든 수사라인이 추 장관 측근으로 구성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가 늦어질 수록 '장관 눈치보기' 비판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으로부터 사건이 배당됐을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다. 고 차관은 '추 장관 아들 병역 특혜 의혹' 수사가 시작된 지 3개월 뒤인 4월27일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했다.
이 때부터 4개월 동안 이수권 대검 인권부장(현 울산지검장)이 직무대리를 맡았다가 지난 8월7일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이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취임했다. 김 지검장은 대검 근무시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충돌했다. 법조계에서는 심재철 당시 반부패·강력부장과 함께 대표적인 친 추 장관 내지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번 사건의 대검 측 담당자가 이종근 형사부장이라는 점도 이같은 비판의 빌미다. 이 부장은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부단장시절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일했다. 추 장관은 2019년 12월30일 인사청문회에서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