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해양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규제대응은 물론 운항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친환경 선박이 주목받고 있다. 조선 강국인 한국은 차세대 선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기추진선, 자율운항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는 어느때보다 국내 조선사들의 스마트선박 기술개발 성과가 눈에 띈다.
연초 현대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엔진 힘센엔진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선박운전최적화 시스템'을 선보였다. 선박에 탑재된 기자재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가장 효율적인 운행 방식 제공한다. 또 운항을 통해 쌓인 빅데이터를 통해 선박이 최적의 연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10% 이상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추진 선박 건조를 통해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도 노린다.
한국조선해양(009540)의 자회사
현대미포조선(010620)은 오는 2022년 인도 목표로 스마트 전기추진 선박(고래바다여행선) 건조에 나섰다. 이 선박에는 국내 최초로 △직류 그리드(DC Grid) 기반 전기추진시스템 △이중연료 엔진 △지능형 통합제어시스템 △원격관제 스마트 솔루션 등 4가지 핵심 ICT 융합 기술이 적용된다.
한국조선해양이 수주, 건조에 나서는 스마트 전기추진 선박(고래바다여행선) 조감도. 사진/각사
삼성중공업(010140)은 5월 독자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SVESSEL)'을 셔틀탱커에 탑재하는데 성공했다. 노르웨이·독일선급인 DNV GL이 공식 인증한 세계 최초 스마트 셔틀탱커다. 에스베슬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선박 관련 모든 데이터를 ICT 기술로 통합·관리한다. 선박은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운항되며 연료 소모량도 절감시킨다.
삼성중공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DNV GL과 2022년까지 자율운항선박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승선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최신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에는 국내 국적선사인 HMM과도 스마트·친환경 선박 공동연구를 위한 MOU(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해운-조선사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중공업 스마트십 시스템 에스베슬의 선내 솔루션 중 하나인 어라운드뷰(Around View) 기능.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컨테이너선에 스마트십 솔루션을 탑재했다. 독자 개발한 'DS4(DSME Smart Ship Platform)'가 바로 그것이다. HMM의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7척에 모두 설치됐다.
선주는 육상에서 항해 중인 선박의 메인 엔진, 공조시스템(HVAC), 냉동컨테이너 등을 원격으로 진단해 선상 유지·보수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 최적의 운항 경로 제공으로 비용절감은 물론, 각종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외부 해킹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스마트선박 너머 탈탄소화까지 내다보고 있다. 최근 세계 최고 디지털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손잡고 향후 3년간 스마트선박-항만, 자율운항선-항만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선사 한 관계자는 "환경규제를 충족하면서 연비가 좋은 선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며 "탈탄소화와 디지털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시흥 R&D센터에서 독자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DS4’를 시연하고 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