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꿈꿨던 비행 일을 하면서 매일이 '오늘도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어제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현실인지 꿈인지 알고 싶지 않아요." 이는 이스타항공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가 한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서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이스타항공 창업자이자 실소유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과 그 측근들로 구성된 경영진이 책임 없이 경영한 결과가 직원들의 절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의원은 정계 진출을 위해 가족을 동원해 이스타항공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받고 사고 위험이 있는 기종을 섣부르게 들였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기종은 결국 운항이 중단됐고 이스타항공은 띄우지도 못하는 항공기를 2대나 보유하는 과정에서 리스료, 주기료 등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규모가 작은 항공사였던 터라 타격은 더욱 컸고 이스타항공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걸림돌이 됐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했는데 그 배경에는 오너리스크가 한몫했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인수 철회를 선언하며 계약 이전보다 폭증한 리스부채, 정비충당부채를 꼬집었는데 그 시작에는 박 전 회장의 그룹 재건 계획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박 전 회장의 그룹 재건을 위한 자금 마련 수단으로 동원됐고 그 결과 그 유명한 '기내식 사태'가 터졌다. 기내식을 비롯해 각종 리스 계약을 불리하게 맺은 결과는 재무 악화로 이어졌다. 그리고 불리한 계약은 미래에 대한 걸림돌이 돼 매각 불발이라는 또 다른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
과거의 방만 경영은 오늘날 직원들의 고통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파산 위기에 처한 이스타항공은 직원의 절반 이상인 600여명을 대량 해고하는 현재의 사태에 이르렀고 매각이 불발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기약 없는 새 주인을 기다리며 다시 불안한 시기를 보내게 됐다. 원청이 흔들리면서 두 기업의 하청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코로나19로 전 항공사가 시름하고 있지만 오너리스크가 큰 두 회사 직원들의 멍 자국은 애석하게도 유독 짙다.
김지영 산업1팀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