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현대중공업의 임금협상(임협)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1년4개월이 넘게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한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주에 열리는 본교섭이 추석 전 타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작년 5월 2019년 임급협상 상견례 이후 65차례의 본교섭 및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다.
상견례 이후 벌써 1년4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노사는 매번 입장차만 확인하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과 성과급 최소 25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말 기본급 4만5000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금 193%, 격려금 100%+150만원 등을 내놓았지만 노조가 곧바로 반려했다.
현대중공업 2019년 임금협상 상견례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문제는 임금협상이 아닌 현안문제다. 노조는 지난해 5월 회사 법인분할 과정에서 벌어진 조합원 징계 및 해고자 문제, 손해배상 소송, 고소·고발 철회 등의 현안을 정리해야 한다는 요구다.
반면 사측은 임금교섭과 무관한 현안을 분리하고 협상을 마무리 짓자는 입장이다.
임협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노조는 수차례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앞서 3월20일 올해 첫 부분파업을 했다. 이어 5월과 6월에도 한차례씩 파업을 벌였고 7월에는 두차례 파업을 열어 올해에만 총 다섯차례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조속히 임협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사장은 여름휴가 전 담화문을 내고 "휴가 전 2019년 임금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를 만들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휴가 이후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타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한주 앞둔 지금까지 갈등을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에 극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추석 전 타결은 사실상 물건너 가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도 임단협과 2017년도 임협을 동시에 진행하다가 2018년 2월이 돼서야 최종 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6월 4시간 부분 파업하고 오토바이 경적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지부
이에 사측은 임협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성과급 선지급을 노조 측에 제안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협이 지연되다 보니 직원들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 성과급을 우선 지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노조는 성과급 산출 기준이 잘못됐다며 노조가 요구한 산출근거에 맞춰 지급해달라는 요구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 성과급 기준을 새로 만들어 지급하면 합의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2019년 임협이 해를 넘기면서 2020년도 임단협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올해가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지난 5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성과급 250% 이상 지급 등이 담긴 2020년도 임단협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한 바 있다. 단체협약을 개정해 정년을 만 60세에서 만 62세로 연장하고, 매년 퇴직자 인원을 고려해 신규사원을 채용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올해 임단협 상견례도 못한 상황"이라며 "작년 임협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올해 임단협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속히 타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