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헤밍웨이도 글쓰기 두려워 했다...“타인 평가 흔들리지 말아야”

“딱딱한 글쓰기 서적 탈피…카페서 잡담 나누듯”
글쓰기 바이블|강원국·백승권·박사 지음|CCC 펴냄

입력 : 2020-09-22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글쓰기는 언제나 어려웠고 가끔은 거의 불가능했다.”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쌍끌이 한 작가.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도 글은 종종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무엇이었을까. 헤밍웨이의 깃털펜을 멈칫하게 한 건.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씨가 말한다. “잘쓰기 위한 두려움, 다른 말로 하면 욕심 때문이죠.” 25년간 글쓰기를 연구해온 백승권씨가 첨언한다. “욕심은 글을 쓰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 때문에 한 발도 못 나아갈 수 있단 말이죠.”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불교의 ‘반야심경’ 구절로 둘은 대담을 요약한다.
 
“내가 가진 것 이상을 보여주려는 과도한 욕심을 절제하고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글을 잘 쓰는 방법 아닐까 싶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전대미문의 수다가 책으로 나왔다. ‘강원국 백승권의 글쓰기 바이블’. 총 30회(2017년 말~2018년 7월)에 걸쳐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주고 받은 대담을 글로 재구성했다. 북 칼럼니스트 박사의 ‘중개’를 통해 글에 관한 모든 것을 풀어간다. 가히 ‘바이블’이란 제목에 걸맞다.
 
21일 유선상으로 만난 저자 백승권씨는 “방송은 특성상 흘러간다”며 “말 보다 글로 정리하는 것이 더 명료할 것 같았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딱딱할 수도, 지루할 수도 있는 글쓰기 분야를 잡담 내지 수다란 가벼운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다”며 “독자분들이 글쓰기에 관한 여러 팁들, 인사이트를 가져가길 바란다”고도 소개했다.
 
책에서 이들은 글쓰기에 앞서 일단 “남의 비웃음과 평가에 흔들리지 말 것”을 권한다. 남보다 잘 써야 한다는 욕심이나 강박이 두려움을 만든다는 점에서다. 대신 자신의 과거 글과 비교하는 노력으로 자존감을 높여보라 한다. 방대한 자료를 찾고 완벽한 상태로 쓰기 보단 자기 안의 언어부터 밖으로 꺼내보는 연습 역시 좋은 방법으로 소개한다. “그러다 보면 자기 수준이 높아지고 그 수준을 표현하는 게 내 글의 수준이기 때문에 욕심이었던 게 더 이상 욕심이 아니게 되는 거죠.”(강원국)
 
마음 준비부터 시작해 책은 ‘백지공포증’을 이기기 위한 방안들을 상담 식으로 풀어준다. 글쓰기 초심자들이라면 쉽게 흘려 보내지 못할 ‘실전 팁’들이 적지 않다.
 
어휘력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말 갈래 사전’을 찾아보고 박경리 소설 ‘토지’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정의 내리기(예. ‘글쓰기는 마라톤이다’), △질문 던지기(예.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등 글의 서두를 시작하는 법도 쉬운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무엇보다 ‘실용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체계적 공부가 가능하다. 특히 청와대 재직시절 공직문서를 다듬던 저자들의 경험을 녹여낸 연설문, 보고서 영역은 그 전문성의 농도가 짙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김우중 전 대우 회장 등 최고 의사 결정권자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글쓰기’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블로그, 이메일, 소셜미디어 등의 ‘소프트한 영역’도 다뤄 기존 글쓰기 서적들의 딱딱한 형식을 탈피한다. 글에 관한 버지니아 울프·헤밍웨이·카프카의 명언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 연설까지 다채로운 인문학적 통찰이 카페 담소를 나누듯 오르내린다. 
 
백승권씨는 “우리 두 사람 모두 글쓰기를 신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공통성이 있다. ‘일정 법칙’을 배우면 글쓰기가 향상된다는 데에도 동의한다”며 “글쓰기에 관한 두 사람의 영업 비밀을 다 털어놓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에 따른 ‘집콕’ 생활로 대화가 그리운 시기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이 수다가 인사이트가 되길, 어려운 시기 작은 힘이 되길 바랍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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