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내수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해 자체개발상품(PB)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싸고 큰 용량을 넘어서 현재는 소비자의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사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가맹점 매출 확대를 위해 PB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이커머스 업체들도 PB 상품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PB브랜드 '컬리스'를 론칭하고 올해 2월 동물복지 우유를 처음 선보인 데 이어 R15 통밀식빵, 돈육햄, 열무김치 등 새로운 상품군을 출시했다. 마켓컬리 측은 "마켓컬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엄격한 기준을 지키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고객과 생산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 7월 자체 브래드 상품을 전담하는 자회사 CPBL(Coupang Private Label Business)를 출범하고 200개 이상의 국내 중소업체와 협력해 자체 브랜드 상품을 제작·판매 중이다. 현재는 9개 카테고리, 12개 자체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데이터 기술력을 통해 이용 고객들이 남긴 상품평과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 일례로 PB 생수인 '탐사수'는 어린이들도 쉽게 휴대하며 마실 수 있는 330ml 용량이나 1인 가구를 위한 1L 용량 등 다양한 용량을 출시했다.
편의점 업체도 편의점 주 고객인 10~30대를 잡기 위해 PB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24는 와인 소비가 대중화되면서 올해 7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유명 산지의 대표적인 와인을 콘셉트로 와인 단독브랜드 ‘꼬모(COMO-Convenient Moment의 약자)’를 새롭게 론칭했다. 혼술족을 위해서 8월에는 500ml 용량의 G7와인 3종을 9900원에 업계 단독 출시했다. GS리테일이 선보인 PB 음료 '유어스 타이거슈가 흑당밀크티'는 NB(National Brand) 제품인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를 누르고 올해 냉장컵 유음료 분류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 들렀지만, 지금은 조금 멀어도 원하는 것이 있는 편의점으로 간다"면서 "상품 차별화가 고객 유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체에서 히트 상품이 나오면 고객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맹점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역시 이마트의 '노브랜드'가 업계 최초로 포문을 연 데 이어 롯데마트, 홈플러스, 킴스클럽까지 가세하며 신제품 출시와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은 가격에만 소구하던 과거 PB 전략에서 벗어나 퀄리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가격이 싸지 않더라도 더욱더 좋은 품질을 생산하는 것이 추세"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진화하고 있는 유통업계의 PB 상품이 제조사의 NB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례로 독일 저가형 슈퍼마켓인 ‘알디’(Aldi)는 자체 PB 상품 비중이 90%가량을 차지하며, 가격을 무기로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모델들이 지난 2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프리미엄 PB ‘홈플러스 시그니처’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