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주요 유통업체들이 현금 결제 시 생기는 거스름돈을 은행 계좌로 입금해주는 서비스를 본격 개시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현금 없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은 지난 3일부터 전국 2570개 편의점에서 '거스름돈 계좌입금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장 내 단말기에서 실물 현금카드나 모바일 현금카드(QR코드·바코드)를 인식하면 은행 계좌로 돈이 들어오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한국은행이 동전 발행과 유통 비용으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동전 없는 사회'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마트24와 현대백화점 역시 해당 서비스 연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도 증가 추세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등 현금 외 결제수단을 우선적으로 지향하는 스타벅스의 '현금 없는 매장' 비중은 전체의 약 60%인 870여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현금 결제 비중이 5% 미만인 매장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할리스 역시 582개 매장 가운데 89개가 현금 없는 매장으로 전환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생적인 비대면 결제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유통업계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빠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가계지출에서 현금 결제 비중이 19.8%로,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국내 동전 발행 잔액 역시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 역시 '현금 없는 사회'로 변화 중이다. 현금 결제 비중이 줄면서 영업 지점과 ATM을 대폭 줄이거나 지급결제 시스템의 현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 도입 작업에 돌입하고, 스웨덴 중앙은행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인 e-크로나(e-korona) 시범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현금 사용이 감소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모바일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이 소외될 수 있어 이들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사회적 낭비를 줄이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현금으로 결제하고 현금카드나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 거스름돈을 입금 받으려는 이용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또, 잔돈을 들고 다니는 고객의 불편은 해소되지만, 가맹점의 체감도는 높지 않을 수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해서 동전입수를 안할 수도 없기 때문에 가맹점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한 편의점에서 음료를 구매하기 위해 온 손님이 현금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