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이왕익 전 삼성전자 부사장, 최치훈·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 이영호 최고재무책임자,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등 총 11명이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 등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통상적인 경영 활동인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범죄란 검찰의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공소사실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전 대표 등 삼성물산 임직원의 변호인도 "이 사건 합병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따른 것으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나아가 피고인들이 임무에 위배된 행위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14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준비 절차 기일은 다음 한 번으로 마칠 계획"이라며 "일단 2달 남짓한 이후 1월14일로 지정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전까지 변호인까지 증거 의견에 대한 의견서를 내달라"며 "검찰은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하되 PT 형식으로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등의 변호인은 "검사가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기록이 19만페이지에 이르러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짧게 잡아도 3개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 등 변호인도 "기록을 복사해서 추가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 증거의 세세한 부분을 분석하고, 증거 인부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데만도 3개월 이상 소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은 수사기록이 방대하지만, 변호인들이 그동안 장기간 피고인들의 변호해 오면서 기록 파악이 많이 됐다"며 "일정 시간 이후 인부가 가능하다고 보여 3개월 이후 의견을 인부하는 방식보다는 중간 진행 사항을 체크하면서 일부라도 기일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 대한 불법 행위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법 합병 은폐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과 관련해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일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이 부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년간 치밀하게 계획한 승계계획안인 이른바 '프로젝트-G'에 따라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결정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합병 거래의 단계마다 삼성물산 투자자들을 상대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행위가 드러났다.
아울러 2015년 3월 바이오로직스의 2014년도 재무제표 주석에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주가 등에 악영향을 줘 합병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는 콜옵션 권리 등 지배력 관련 합작 계약의 주요 사항을 은폐해 거짓으로 공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016년 3월 바이오로직스의 2015년도 재무제표에, 콜옵션 부채(1조8000억원) 계상으로 인한 자본잠식 모면, 불공정 합병 논란 회피를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구조가 2015년에 변동돼 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기존의 연결회계 처리를 지분법으로 변경함으로써 바이오에피스 투자주식을 재평가해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중공동행동 재벌특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