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삼성물산 불법 합병과 회계 부정 사건의 재판이 시작된 것에 이어 이번 주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의 파기환송심이 재개된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오는 26일 오후 2시5분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 등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항소심과 달리 뇌물공여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부분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삼성 측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제공한 말 3마리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 등을 뇌물로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해 조직적인 승계 작업이 이뤄졌고,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란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삼성 차원에서 조직적인 승계 작업이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며 "승계 작업과 그에 관한 대통령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등의 사이에 대가 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은 지난 1월17일 공판이 진행된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도입하도록 하고, 이를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특검팀은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 부장판사에 대해 기피 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3부는 기피 신청을 기각했고, 대법원 2부도 특검팀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 15일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 다만 강일원 전 재판관은 26일 공판준비기일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재판부는 강 전 재판관에 대해 자료 조사와 면담 조사를 통해 '준법감시제도 일반'에 대한 의견과 '피고인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다음 달 30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통상적인 경영 활동인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범죄란 검찰의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공소사실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