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 애정 쏟았지만 역사속으로…차 사업은 '아픈 손가락'

배터리·전장 사업으로 명맥 이어

입력 : 2020-10-25 오후 4:55:46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삼성을 세계 최고 반도체·스마트폰 기업으로 키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지만 애착이 컸던 자동차 사업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회장 취임 직후 자동차 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릴 만큼 차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 이면에는 유별난 '자동차 사랑'이 있었다. 이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1년 만에 차를 6번이나 바꾸고 중고차를 사 내부를 분해해 다시 조립하기도 하는 등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자동차 사업을 오랫동안 구상하면서 자동차 잡지 구독은 물론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경영진과 기술진도 만나는 등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레이싱도 즐겼다. 고인은 경기 용인에 있는 개인 차고에 수십 대의 슈퍼카를 보관하면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레이싱을 즐기곤 했다. 1995년 개장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또한 이 회장의 의지로 지어졌다고 알려졌다. 이 서킷은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고성능차 트랙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7년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설비 가동식에서 개발 중인 자동차 시제품을 시승하는 모습. 사진/삼성그룹
 
이 회장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때 평소 타던 벤츠 대신 삼성자동차 최고급 모델인 SMS525V를 타고 가며 자사 제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1995년 삼성자동차 출범 후 3년 뒤 첫 양산 승용차인 SM5를 출시했지만 IMF가 터지며 기아차와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했다. 당시 삼성자동차는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150만원의 손실을 감수하는 상황이었고 법정관리에 따른 채권단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이 회장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26%를 내놓기도 했다. 이후 삼성차는 2000년 르노에 인수됐고 이 회장의 자동차 사업에 대한 꿈은 그렇게 사라졌다.
 
이 회장은 이후 자동차 사업에 곁눈질하지 않았다. 2009년 쌍용차 경영위기 때 시장에선 삼성이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으나 이 회장은 나서지 않았다. 삼성은 이후에도 자동차 제작에 직접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삼성SDI), 전자장비(삼성전자) 등 간접적으로 자동차 사업을 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08년에는 세계 1위 자동차 부품 회사 보쉬와 지분 50%씩 합작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만드는 SB리모티브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은 앞으로도 직접적으로 자동차 제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차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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