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미·중 '신냉전' 막는 데 한·중·일 역할 중요"

"3국 정상회의 개최해 목소리 내야…시민사회 협력도 중요"

입력 : 2020-10-27 오후 4:06:29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7일 "미국과 중국 간 '신 냉전' 부활은 우리 모두에게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공동 진화의 길로 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게 한·중·일 3국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전환기 동아시아 평화 모색을 위한 한중일 평화포럼' 기조연설에서 "신냉전이라는 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모든 관련국가가 손실을 보는 '네거티브섬 게임'으로, 당위론적으로 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7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일 평화포럼'에서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 치닫는 상황을 중재하는 데 3국과 동아시아 지역 협력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연설했다. 사진/온라인 중계화면 갈무리
 
문 특보는 우선 코로나19 이후 미래 질서가 불분명해질 것이라고 보는 국제정치학자들 간 논쟁을 소개했다. △국가 간 빗장을 건 자급경제와 인근 지역간 배타적 블록 형성 △미국이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새로운 질서 구축 △중국 중심 질서 재편 △유엔을 통한 다자주의 세계평화 △현상유지 등이다. 이중 문 특보는 현상 유지 속 미국의 국력이 중국보다 압도적인 '비대칭 양극체제'가 계속되면서 미중 갈등이 신냉전까지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 특보가 보는 현재 신냉전의 발단은 2017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채택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월 '대중 국가전력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그에 기초한 공세를 펴고 있다. 결정타는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지난 7월 닉슨기념관에서 한 이른바 '반공' 연설이라고 문 특보는 짚었다.
 
문 특보는 연설 내용을 '중국공산당의 코로나 확산 은폐로 전세계가 희생을 봤고, 그런 중국 공산당이 목표하는 패권적 부상을 미국이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정리하고 "미국이 중국공산당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냉전기 미국이 소련에 대해 폈던 지정학적 봉쇄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신 봉쇄'의 예로, 미·일·인도·호주의 4자 안보동맹체인 '쿼드'와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추진하는 경제동맹체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들었다. 특히 과거 소련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봉쇄만 추진한 반면, 지금은 화웨이 제재 등 클린네트워크와 EPN으로 나타나는 '경제봉쇄'가 있다고 짚었다. '테크노얼라이언스(기술동맹)'를 통해 중국의 기술확장을 막고, 더 나아가 '밸류얼라이언스(가치동맹)'를 구축해 중국에 대항해야 한다는 전략을 미국정부가 펴고 있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신냉전 현실화 속에서 한중일과 동남아 국가들의 위기를 우려했다. 문 특보는 "당장 한국만 해도 중국이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현존하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는 못 느낀다"면서 "일본도 쿼드 문제에 대해 미국이 원하는대로 나토 같은 동맹으로 나가려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미중대립이 계속되면 양안문제, 남·동중국해, 한반도 등에서 발화점이 생긴다"며 "경제적 탈동조화(디커플링)에서도 가장 피해 보는 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관광에 의존하는 영세상인이고 동남아 국가들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 "미중이 이제 건설적 대화를 해야 된다"며 "한중일 3국과 러시아, 호주 등이 미중이 신냉전으로 가는 길을 막는 게 동아시아 평화를 가져오는 지름길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국가지도자 역할 외 시민사회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아시아 평화를 얘기하려면 양안문제와 남중국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이라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 추진하면서 한반도에 핵무기도 없고 항구적 평화가 만들어지는 상황이 왔을 때 동아시아 평화가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진이 중요하고 그 입구에 있는 것이 종전선언"이라고 했다. 
 
그는 "평화를 만드는 과정은 우리 운명이 달렸기에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북한도 핵을 가지고는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지 못하기에 건설적 자세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중일 정상회의를 빨리 개최해 3국이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내고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 빨리 남북관계를 개선하면서 특히 미 대선이 끝나고 신 행정부가 시작할 사이에 남북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도미타 코지 주한일본대사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도 참석해 축사했다. 특히 싱 대사는 한국어로 준비한 연설에서 최근 논란이 된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 대해 "취지는 국제정의를 수호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새로 태어난 중화인민공화국을 수호하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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