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28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김 전 차관을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에 대해 1심 판단과 달리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고위 공무원이자 검찰의 핵심 간부로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묵묵히 사명을 다하는 다른 검사들에게도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는데도 형사사법 절차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직무 집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 신뢰를 현저히 훼손시켰다"며 "이러한 점과 그동안 변론에서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특히 "이 사건 항소심의 검사는 최종 변론에서 선배 검사인 피고인 앞에서 '이 사건은 단순히 피고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를 형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며 "여기에는 10년 전 뇌물을 받은 행위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고, 검사가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2020년 지금 검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김 전 차관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1심에서 구형한 것과 상응하는 형을 선고해 주길 바란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앞서 김 전 차관은 지난 2006부터 2008년까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총 13차례에 걸쳐 성 접대를 받고, 검사장 승진 축하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은 것을 포함해 총 3100만원의 금품 등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8년 초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한 후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1억원을 포기하도록 하는 등 제3자뇌물수수 혐의도 받는다.
김 전 차관은 200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최씨로부터 현금, 상품권, 차명 휴대전화, 법인카드 등의 형태로 총 516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전 차관은 2000년 6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한 저축은행 회장이었던 김모씨로부터 총 1억55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금품 수수와 성 접대 향응 등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도과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받은 금품 중 4300만원 상당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시행 사업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경우 피고인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사 하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고, 합계 3000만원이 넘는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죄의 포괄일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는 1998년 자신이 관여한 시행 사업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특수 조사를 거처 처벌받았고, 특수부 출신 피고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최씨의 뇌물공여 사건의 판결은 1999년 확정됐지만, 최씨는 이후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부장검사, 수사기획관, 차장검사, 검사장 등으로 근무한 피고인에게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서 자신이 시행 사업과 관련해 다시 특수 조사를 받을 경우 피고인을 통해 사건을 해결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도 최씨의 사건에 대해 수사 상황을 알리는 등 도움을 줬고, 최씨가 시행 사업을 하다가 특수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했다"며 "최씨의 뇌물 사건이 확정된 이후에도 피고인은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등 사업을 계속하는 사실을 알았고, 최씨가 조사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다른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사간을 해결하려는 의사가 있던 것이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