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반세기 넘은 한국 대학언론, 연세춘추로 조명하다

'대학 언론, 두 세기의 대화'|연세춘추동인회 지음|고즈넉이엔티 펴냄

입력 : 2020-11-03 오후 5:42:4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우리가 겪은 최초의 시위는 4·19 무렵이었다. ‘독재타도!’의 구호가 두 음절도 채 목구멍을 넘어오기 전에 교정 가득 앉아있던 사복경찰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들이 무차별적으로 던진 사과탄이 파편과 함께 날아다녀 치마 입은 여학생들의 다리가 피로 물들었다."
 
최근 출간된 ‘대학 언론, 두세기의 대화’(고즈넉이엔티)는 한국 '대학언론'의 역사를 거슬러 간다. 대학 언론은 현대적 의미의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이전부터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명을 받아오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때 대학언론은 사회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추세인 적도 있었지만, 사회의 주요 과제들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제기해오기도 했다.
 
이 책은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를 근간으로 1950년대부터 70년간 이어져오는 한국 대학 언론의 역사를 되짚는다. 1935년 9월1일 8쪽짜리 연전타임즈로 시작한 연세춘추의 굴곡깊은 85년 역사를 정리하며 대안적 저널리즘으로 역할 해온 '대학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재조명한다. 윤동주 시인의 저항정신을 담은 연세춘추 역사를 10년 단위로 나눠 20세기 선배와 21세기 후배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집필했다.
 
무엇보다 거시적인 관점의 대학 언론에 주제를 한정짓지 않고 실질적 주체인 대학 언론인 개개인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당시 보도가 불가능했던 시대상에 대한 기록도 남겨 사료적 가치를 더했다.
 
'한때 조금 특별한 특집으로 연세춘추가 곤욕을 치른 사건이 있었다. 바로 5·16 이후 1년 뒤에 진행된 ‘혁명 공약대로 민정이 이양되겠는가’에 대한 앙케트다.'(「4·19와 좌절된 민주주의」 중에서)
 
'인문학관 대형강의실에도 사과탄이 터져 매캐한 연기로 가득차기도 했다. 우리는 처음 본 공권력의 막강한 무력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그 주말 조선일보 외간실에 모인 우리는 주간 교수의 매서운 눈초리와 선배들의 침묵에 다시 압도되었다. 발언권이 없는 예비수습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벌어진 사건인 시위를 1단 기사로도 쓸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절망했다.'(「사월에서 오월까지, 그때 핀슨 홀에서」중에서)
 
이종수 연세춘추동인회 회장이 책 총괄을 맡고 동시에 맺음말을 썼다. 그는 “당대 제작을 맡았던 춘추인들의 기고문, 21세기 대학 언론이 갈 길에 대한 전현직 언론인과 저명 신방과 교수, '고대신문', '연세춘추'의 현 편집국장 좌담 등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대학 언론, 두 세기의 대화. 사진/연세춘추동인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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