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새 책)‘에픽 창간호’·‘상자 세상’ 외

입력 : 2020-11-04 오전 11:03:2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18세기 프랑스 소설가 드니 디드로의 소설 제목에서 창간 제호를 가져왔다. 계간지는 기존 문학이 갖던 근엄성을 탈피하기로 했다. 픽션과 논픽션, 소설과 에세이, 순수문학과 장르문학 사이 장벽을 허무는 신개념 서사 중심 문학잡지를 표방한다. 베트남전, 코로나 등을 다룬 논픽션부터 SF 단편소설, 그래픽노블 등을 한 권에 응축했다. 가상의 누군가를 만난다는 개념의 신장르(논픽션과 픽션을 섞은 에세이 ‘if I’)도 소개된다.
 
 
에픽(계간) 창간호
김민섭 외 13명 지음|다산북스 펴냄
 
저자는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설립자이며 2007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앞서 지난 40년간 브리지워터를 세계적인 회사로 이끌 수 있었던 요인을 700페이지의 저서 ‘원칙’에 담은 바 있다. 그 중 알짜배기 핵심만을 골라 이 그림책으로 재출간했다. 세계 0.001% ‘부’를 축적하기까지 주인공 역시 투자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고지서 요금을 위해 아버지로부터 4000달러를 빌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실패로 얻은 성공, 그 경험과 통찰을 풀어낸다.
 
 
성공원칙
레이 달리오 지음|고영태 옮김|한빛비즈 펴냄
 
격월간 문학잡지 ‘Axt’에 연재했던 ‘정여울의 심리학 상담소’를 중심으로 중독과 공포, 분노 등 우리를 무너뜨리는 인간의 세 가지 심리에 대해 다룬 글을 묶었다. 작가는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상처가 곧 내적 성장을 가능케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어린 시절 미처 돌아보지 못한 상처, 트라우마를 돌아볼 때 그는 타인의 상처를 돌볼 수 있는 힘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데미안’, ‘작은 아씨들’, ‘그리스 로마 신화’도 다시 읽어준다.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은행나무 펴냄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패닉에 빠진 상황.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란 전대미문의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주가가 거침 없이 오르고, 세계 시장 전체가 ‘버블 연장전’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자는 지금의 상황을 ‘팬데믹 버블’로 정의하며 혼돈의 세계경제를 ‘부채 사이클의 원리’와 ‘연준의 정책’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짚고 과감한 투자를 삼갈 것을 조언한다.
 
 
부의 골든타임
박종훈 지음|인플루엔셜 펴냄
 
‘띵동, 택배 왔습니다.’ 하루 안에 주문하고 배송 받는 시스템에 익숙해진 시대. 그 이면에는 택배 상자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는 풍경이 동시에 펼쳐진다. 저자는 질문한다. “쌓여가는 포장지와 박스를 보며 아주 잠깐이라도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나요?” 집 구석 쌓인 상자들을 보고 있던 작가는 문득 ‘상자들이 세상을 먹어 치우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상자’를 의인화하고 과소비, 쓰레기, 환경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이 전 지구적 문제의 해법을 제안한다.
 
 
상자 세상
윤여림 지음|이명하 그림|천개의바람 펴냄
 
20대 손녀가 90대 치매 할머니를 직접 돌보며 쓴 2년 간의 기록이다. 저자는 TV 앞 방치된 할머니에게 새 취미를 찾아드리려 하고,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에게서 의미 있는 언어를 얻어내기 위해 말을 걸고 귀를 기울인다. 마카롱을 작게 잘라 입에 넣어드리고, 곁에서 잡초를 뽑으며 언제 사라질지 모를 할머니의 일상을 지키려 애쓴다. 70년 간 자식과 손자를 돌보며 ‘당연한 노동’의 폭력을 감내한 희생자, 한 시대를 용감하게 살아낸 ‘슈퍼우먼’을 기록한다.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윤이재 지음|다다서재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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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