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의 '바이든 시대' 개막에 따른 우리나라의 외교·대북 정책 방향성에 대해 "대한민국이 중재자를 넘어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국내 인사 중 한명으로 거론된다.

 

반 전 총장은 12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주최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한미 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포럼' 기조 연설에서 "이전 정부에서도 중재자라는 말은 안썼다"며 "직접 관련된 당사자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북한 비핵화와 연동되지 않은 종전 선언이나 한미 군사 훈련 중단 정책은 미국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또한 핵무기 감축 약속 없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는데, 우리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넘어가면 안되고 한미 동맹에 입각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 전망에 관련해 "바이든 당선인의 과거 연설과 기고문을 보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며 "동맹국과 유대를 강화하고 우방국과 협력을 복원함으로써 다자주의가 다시 회복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작권 환수에 대해선 바이든 정부 역시 미온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전 총장은 "미국이 자국의 국방 운용 체계 관점을 앞세우니 상당한 갈등이 있을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에서는 '조건이 충족될 때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다'고 했고, 바이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왜 정부가 5년마다 바뀔 때마다 전작권 관련 입장이 바뀌느냐에 대한 불안감, 짜증도 있다고 본다"며 "북 비핵화도 한미간 조율되고 합의된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과거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당선인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선 "유연한 협상가이기도 하지만 탁월한 조정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트럼프처럼 톱다운이 아닌 바텀업 방식으로 관계부처 국가와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선 한미 간 공조가 절실한 만큼 고위 정부 당국자들이 한미 동맹의 정신을 해치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정부에서는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을 하면 즉각 문책이 따랐다"며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어떤 사람도 여기에 대해 말을 하지 않으니 그런 문제 발언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외교에 대해 초당적 협력이 안되는 나라는 한국을 빼고는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