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자기편 수사 보복 위해 민주주의 원칙 버려"

'휴대폰 비번 공개 강제' 재반박…민변·참여연대도 "반인권적" 비판

입력 : 2020-11-13 오후 2:05:5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강제에 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추가 발언에 대해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다시 반박했다. 추 장관의 지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검사장은 13일 입장을 통해 "추 장관은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근거 없는 모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모든 국민을 위한 이 나라 헌법의 근간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며 "헌법상 자기부죄 금지, 적법 절차, 무죄 추정 원칙 같은 힘없는 다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오로지 자기편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을 위해 이렇게 마음대로 내다 버리는 것에 국민이 동의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별건 수사 목적이 의심되는 두 차례의 무리한 압수수색에도 절차에 따라 응했고, 그 과정에서 독직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며 "추 장관은 국회에서 제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고 허위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압수물의 분석은 당연히 수사기관의 임무일 뿐"이라며 "추 장관 등은 오래전에 이미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2일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 검사장은 곧바로 입장을 내고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헌법과 인권 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 장관이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 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막는 법 제정 운운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게 생각한다"며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추 장관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어떤 검사장 출신 피의자가 압수 대상 증거물인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껍데기 전화기로는 더 이상 수사가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또 "인권 수사를 위해 가급적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지 않고 물증을 확보하고, 과학 수사 기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런데 핸드폰 포렌식에 피의자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과학 수사로의 전환도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과거 이명박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 폐기된 바 있는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방해죄' 도입을 통해 검찰에게 또 하나의 반인권적인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발상은 검찰 개혁 취지에도 정반대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또 "특히 휴대폰은 그 특성상 범죄와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 거의 전부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모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 관행을 감시·견제해야 할 법무부가 개별 사건을 거론하며 이러한 입법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성명을 내고 "휴대폰 비밀번호는 당연히 진술 거부의 대상이 되며, 이를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헌법상 자기부죄 거부의 원칙,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란 헌법적 요청 등에 비춰 법무부 장관은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며 "더불어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도외시한 이번 지시에 대해 자기 성찰과 국민에 대한 사과가 함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후보추천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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