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확언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18일 조원태 회장은 서울 여의도 소재 전경련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모든 직원을 품고 가족으로 맞아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합병 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인력은 최대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중복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확장성을 고려하면 모든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노선을 확장하고 사업도 확대해 중복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 오전 전경련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원들의 연봉 조정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은은 인수 결정 후 이처럼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지만 시장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두 회사는 실적 악화에 이미 지난해부터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 줄이기에 나선 바 있다. 지금도 인력이 넘치는데 인수로 중복 인력까지 생긴 상황인 셈이다.
두 회사의 재무 상태도 심각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적자를 이어왔는데 올해 3분기 기준 부채가 12조8386억원에 달하며 자본잠식률도 56.3%다. 이 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4조7979억원이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단기부채를 더하면 조 회장은 1년 안에 10조원을 갚아야 한다.
이 가운데 두 항공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로 올해 경영난에 시달렸으며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예년만큼의 실적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정부로부터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내년 4월 초까지는 고용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해 이후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조조정 없이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산 매각과 항공 운임 조정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날 조 회장은 이마저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가 내년까지 계속된다면 추가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는 이날 "조 회장은 단 한푼의 사재 출연 없이 한진칼 주식 고작 60만주 담보 제공으로 영구적인 경영권을 독차지했다"며 "항공산업의 통합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과 국민의 공감을 거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