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검사들, 판사 사찰 당연시…자괴감 느껴"

검찰 집단 성명에 "법·절차 따라 징계 진행하겠다" 입장

입력 : 2020-11-27 오전 10:59:2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집단 요구에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명령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히려 검사들이 판사 사찰 문건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보인다면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윤석열 총장의 징계 청구 등과 관련해 추미애 장관은 27일 입장문에서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로 검찰 조직이 받았을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의 여러 입장 표명은 검찰 조직 수장의 갑작스런 공백에 대한 상실감과 검찰조직을 아끼는 마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대내외의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참고해 법과 절차에 따라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이번 조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한 충분한 진상 확인과 감찰 조사 기간을 거쳐 징계 청구에 이를 정도로 구체적인 명백한 진술과 방대한 근거자료를 수집해 이뤄진 것"이라며 "비위를 확인한 때에는 반드시 징계 청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검사징계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감찰에 그 어떤 성역이 있을 수 없음에도 검찰총장이 조사에 전혀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판사 불법 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긴급성 등을 고려해 직무 집행 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개별 검사가 의견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판사들의 많은 판결 중 특정 판결만 분류해 이념적 낙인을 찍고, 모욕적 인격을 부여하며, 비공개 개인정보 등을 담은 사찰 문서를 작성·관리·배포했다는 것은 이미 역사 속에 사라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정보기관의 불법 사찰과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워 감찰 결과를 보고받고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그런데 어제 검찰총장과 변호인은 수사 대상인 판사 불법 사찰 문건을 직무 배제 이후 입수한 후 심지어 이 내용을 공개했다"며 "문건 작성이 통상의 업무일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법원과 판사들에게는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또한 검사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입장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번 판사 불법 사찰 문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고 너무나 큰 인식의 간극에 당혹감을 넘어 또 다른 충격을 받았고,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해 온 검찰 개혁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추 장관은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하고,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했다고 해서 국민이 검찰에 헌법 가치를 함부로 훼손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님에도 특정 수사 목적을 위해서는 검찰은 판사 사찰을 포함해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는 무서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판사 불법 사찰 문제는 징계, 수사와는 별도로 법원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검찰 조직은 과연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있어 왔는지, 비슷한 문건들이 작성돼 관리되며 공유돼 왔는지, 특정 시기, 특정 목적을 위해 이례적으로 작성된 것인지 등 숨김없이 진지한 논의를 해 국민께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흔들림 없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각자 직무에 전념하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해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 방해와 수사 방해 사실 △총장 대면조사 협조 의무 위반과 감찰 방해 사실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된 사실 등이 발견됐다면서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이에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 6명과 일선 검사장 17명,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일선 검찰청 평검사들은 26일까지 이틀에 걸쳐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명령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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