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수주 낭보'에도 웃지 못하는 K-조선

LNG화물창 원천기술 가진 프랑스 GTT에 척당 100억 지급
조선 빅3가 개발한 LNG화물창은 선주 선택 못받아

입력 : 2020-11-30 오전 5:51: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국내 조선사가 모처럼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낭보에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가 자체 개발한 LNG화물창이 선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원천기술을 가진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의 '갑질'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이 대규모 LNG선 수주로 숨통이 트이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23일 유럽 지역 선주로부터 25억달러(2조8072억원)에 달하는 선박 블록 및 기자재 공급 계약을 따냈다. 창사 이래 체결한 단일 선박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계약기간은 오는 2025년 12월까지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러시아가 추진하는 LNG개발 사업인 아틱LNG-2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LNG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달 2조274억원 규모의 LNG선 6척을 수주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척당 가격이 3379억원인 만큼 선박 종류는 쇄빙LNG선이 유력하다. 
 
하지만 조선사는 대규모 수주 낭보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선가의 5%를 GTT에 고스란히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GTT는 LNG선에 탑재되는 LNG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다.
 
조선사가 LNG선을 건조하기 위해선 GTT에게 척당 선가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LNG선 건조 가격이 1억8600만달러(약 2050억원)임을 고려하면 930만달러(약 103억원)를 내게 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건조되고 있는 LNG선은 모두 GTT의 LNG화물창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그만큼 GTT는 시장 지배력이 막강하고 LNG화물창 라이선스 계약에서 절대적 우위에 서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 사진/대우조선해양
 
국내 조선 빅3도 LNG화물창 기술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 KMS, 삼성중공업 KCS, 대우조선해양 솔리더스 등을 개발했다. 하지만 KMS와 솔리더스가 선박에 탑재된 사례가 없다. LNG선은 폭발 위험이 있는 화물을 싣고 나르기 때문에 이를 보관하는 화물창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선주들이 GTT의 LNG화물창만 고집하는 이유다. 삼성중공업 KCS는 지난 2018년 SK해운의 LNG선에 탑재해 인도됐지만 화물창 이면에 설계 결함으로 추정되는 결빙 현상이 나타나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이렇다 보니 GTT는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조선사에게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끼워팔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GTT는 국내 조선사에 LNG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구매하도록 했다. 조선사가 특허권의 유효성을 다툴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GTT에게 기술 라이선스만 구매하고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필요시 별도로 거래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전부 거절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공정위는 GTT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125억28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가 GTT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국내 조선사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GTT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조선사의 LNG화물창이 실선에 탑재됐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해상 환경에서 장시간 운항해야 한다. 이 때문에 LNG화물창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GTT가 끼워팔기를 하고 있지만 당장은 다른 대안이 없다"며 "한국의 LNG화물창이 LNG선에 탑재돼도 최소 5년 이상은 사고없이 무탈하게 운항해야 안전성이 입증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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