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디지털화에 총력을 기울이며 마케팅 투자를 강화한다. 국내 화장품 업계 라이벌인 LG생활건강과 실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가운데 그룹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지 주목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6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 줄었다. 매출은 1조208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LG생활건강과 정반대의 성적표였다. 국내에선 면세점과 백화점, 방문판매 등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이 모두 하락했다. 이니스프리와 에스쁘아, 에뛰드 등 계열사 브랜드의 실적도 저조했다. 다만,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온라인 매출액은 국내 60%, 중국 20%가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온라인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이미 올해 신년사에서 '전사적 디지털화'를 강조하며, 온라인과 헬스앤뷰티(H&B스토어)를 상대로 판로 확대와 전용 제품 출시를 진행했다. 내년부터 생산물류시설(SCM) 유닛 안에 SCM 생산기술 디비전을 신설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키로 한 것도 디지털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이커머스 비중도 40%에서 50%, 국내에선 20%에서 3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급증하는 온라인 판매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별 프로모션과 전용 제품 차별화 등 마케팅 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수익성 좋은 디지털로 역량을 집중하면서 비용 효율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브랜드력도 강화한다. 설화수와 라네즈를 독립된 본부로 승격해 그룹 핵심 브랜드로 키운다. 임중식 상무가 설화수 브랜드 유닛장을, 정혜진 전무가 라네즈 브랜드 유닛장을 맡고 브랜딩과 마케팅·채널 전략의 연계성을 높인다. 올해 중국에서 설화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광군제에서 티몰 럭셔리 카테고리 5위를 차지했다. 설화수 대표 제품인 자음생 라인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중국 이니스프리 비중이 줄면서 매출 감소 폭 확대가 예상된다. 또, 중국 화장품 경쟁 심화와 마케팅 비용 증가 등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 회장은 지난달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각자 대표 체제를 구성하는 대표이사 자리에 51세 젊은 피 김승환 부사장을 발탁하며 고강도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인사 전문가와 브랜드 전략통으로 알려진 그는 서 회장과 함께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 확장을 위한 조직 개편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김 대표이사 내정 다음 날 1945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근속 만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K뷰티의 선봉장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2017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 회장은 오프라인 브랜드숍에 기반한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는 보수적인 경영을 했는데, 중국의 사드 보복과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패착으로 작용했다. 성공적인 디지털화로 온라인 시장에 안착해 'K뷰티 신화'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