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시중은행에 이어 상호금융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금융업권을 막론하고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은 비대면 채널에서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를 강점으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오픈뱅킹 서비스의 핵심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있는 만큼, 먼저 진출한 시중은행으로 기존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상호금융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업권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지은 새마을금고중앙회 및 신협중앙회 본사. 사진/각 사
22일 금융권 및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5개 상호금융(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산림조합)을 비롯해 우체국, 증권사 등에서 오픈뱅킹 서비스를 오픈했다. 농협은 오픈뱅킹 담당 직원의 코로나 확진으로 오는 29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오픈뱅킹 서비스는 고객이 여러 금융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하나의 은행 앱에서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컨대 시중은행 앱에서도 신협 등 상호금융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할 수 있다. 반대로 상호금융 앱에서도 시중은행 계좌 조회 및 이체가 가능하다.
상호금융은 오픈뱅킹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고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강조해 자금 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상호금융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기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0.8%인 반면,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1.6~1.7% 수준이다. 더욱이 상호금융의 경우 예탁금(3000만원 이하)과 출자금(1000만원 이하)에 대한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을 내세워 신규 고객과 자금을 끌어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상호금융이 오히려 사업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지배적이다. 오픈뱅킹의 핵심은 자산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와의 연계이지만, 상호금융권에서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호금융에선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의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1차 예비허가 신청 기업에도 농협을 제외하고는 이름을 올린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상호금융 주요 이용층이 중장년인 점도 마이데이터 사업 활성화가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시중은행과 카드사들은 신용관리 및 투자자문, 소비 행태와 관련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오픈뱅킹과 연계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자금을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결국 상당 규모의 상호금융 자금이 시중은행으로 이탈할 경우 지역밀착형 금융이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객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픈뱅킹 수수료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오픈뱅킹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은행이 선점한 플랫폼에 상호금융이 추가로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도태되지만, (사업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앞서나가기 어렵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밝혔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