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강력한 국경 봉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0명이라는 WHO 보고서가 발표됐다. 국제사회가 통계에 의문을 표하는 가운데 장기화된 봉쇄 조치로 북한 일부 지역에선 기본적인 약품 수급마저 중단,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WHO는 '아시아 지역 코로나19 상황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이달 초순까지 1만960명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으나 확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791명, 이달 3∼10일 766명이 추가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 3일 기준 검사를 받은 총 인원 중 4445명은 중증 급성 호흡기 감염증과 독감 유사질환 사례였다고 전했다. 이는 격리 기간 중 발열 증세를 보인 사람들도 포함된 것이다. 보고서는 또 지난 3일까지 북한에서 총 3만3223명이 격리 후 해제됐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기준 3만3044명이 격리된 후 해제돼 같은 달 26일에서 이달 3일까지 179명이 새롭게 격리됐다 해제된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통계에 국제사회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바레인에서 개최된 국제안보포럼, 16일 CNN과의 인터뷰 등에서 두 번이나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19 대응으로 강력한 국경 봉쇄를 시행 중이다. 이에 장기화된 봉쇄로 일부 지역에서는 약품 수급이 중단돼 병원에서 수술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북한 접경지역의 약품 부족 현상을 조사했다"며 "병원, 약국 등도 중국에서 온 의약품이 고갈돼 구매도 어렵고 병원에서도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시마루 대표는 "특히 항생제와 항균제가 중국에서 유입되지 못하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심지어 병원에서도 이같은 약품을 찾기가 힘들고, 과거 병원 의사들이 병원에서 빼돌려 장마당 상인에 불법 유통하던 물량도 지금은 거의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의약품 공장에서도 일부 진통제와 항생제가 생산되고 있지만 가짜 약이 워낙 많아 주민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감기약, 파스조차도 북한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외국의 약품 지원마저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국제 인권단체들은 "인도적 지원 물품이 중국 단둥 등에서 북한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지연되고 있다"며 유엔에 지원 물품의 대북제재 면제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북한 노동신문은 코로나19 방역을 더욱 공세적으로 벌이자며 평양시 소독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뉴시스·노동신문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