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판결비판의 자유'에도 선이 있다

입력 : 2020-12-29 오전 6:00:00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실형 선고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청한 집행정지인용결정에 대해 국민들 간에 입장이 갈리고 있다.
 
법원 판결을 비판하면서 정 교수가 무죄라거나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는 국민들의 의견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 누구나가 법원의 판결을 비판할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에도 최소한 넘지 않아야 하는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판사의 신상을 털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비판의 자유의 선을 넘은 것이다. 물론 내가 비판하는 데 한계가 어디 있냐고도 주장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힘센 법인 ‘헌법’에 명문으로 법관의 독립을 선언하고 법원을 국회와 정부와 분리해서 상호 견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곧 법치주의고 권력분립원칙이다. 따라서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법관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헌법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분쟁의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가지는 법원의 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법원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는 권리실현을 위한 자구행위가 행해지고 사적복수가 벌어지는 정글로 추락하고 만다.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법관에 대해 과도한 비난에 나서게 된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과거에는 자당에 불리한 판결이 선고되어도 유감정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지금은 비난의 정도가 지나치다. 특히 정 교수 1심 판결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의심의 정황으로 유죄판결을 한 것”(김종민 최고위원)이라거나,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이 아니라면 법원이 이렇게 모진 판결을 내렸을까”(윤영찬 의원)라는 등의 여권 비난은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된다.
 
일반 국민과 달리 입법기관인 국민의 대표가 법원판결을 비난하는 것은 헌법을 거스르는 일이다. 더욱이 정청래 의원이 '윤석열 방지법'이라면서 집행정지 결정의 신청이 본안소송의 실익을 해치는 경우 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은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참사다. 국민들의 권익에 직접 적용되는 집행정지신청제도를 법원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을 바꾼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입법권을 남용한 의원에 대해 정치활동을 막는 '정청래 방지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경심 1심 재판부'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이 28일 기준으로 40만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헌법상 법관탄핵 절차는 이미 마련돼 있다. 법관이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에는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탄핵절차를 진행하면 될 일이다. 또 공공연하게 청원게시판에 법관 실명을 적시한 것은 개인의 신상을 노출시켜 법원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검찰개혁이라는 과제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정치권이 제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과 법원판결을 연결시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개인적인 비위로 기소된 정경심 교수에 대한 법원판결은 당사자 항소를 통해 항소심에서 다툴 성격이지 정치권이 나설 일이 절대로 아니다.
 
윤 총장의 경우도 대통령이 해임하거나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하여 정치적으로 해결할 시도는 하지 않고 이를 징계절차라는 사법판단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으면 법원 결정을 존중해야지 이를 비난하고 나서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이다. 
 
코로나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부동산 문제로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에서 정치권이, 특히 여권은 국정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다. 다가오는 신년에는 정치권에서 해결할 문제는 정치권에서 해결하고, 사법판단을 받게 되면 이를 존중하는 자세를 정치권에 촉구한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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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