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정부가 올해 전기자동차 보조금 정책을 변경한 가운데 테슬라가 보조금 지급 기준 금액을 맞추기 위해 ‘모델3’ 가격을 인하할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날 ‘2021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차량가격이 6000만원 미만인 차량은 보조금 전액, 6000만원 초과 9000만원 미만은 보조금의 50%를 받을 수 있다. 9000만원을 초과하는 차량은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차량가격은 차량의 공장도가격(부가가치세 제외)에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합한 금액이다. 환경부는 오는 19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 모델3 중 엔트리급인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Standard Range Plus)는 5479만원으로 보조금 100% 차종에 해당한다. 반면 롱 레인지(Long Range)는 6479만원, 퍼포먼스(Performance)는 7479만원으로 6000만원이 넘어 보조금 50% 대상에 포함된다.
테슬라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감안해 모델3 가격을 낮출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진/김재홍 기자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11월까지 1만1601대를 판매해 수입차 5위에 올랐다. 이 중 모델3는 1만866대로 테슬라 전체 실적의 93.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005380) 코나 EV(7888대), 아이오닉 EV(1498대),
기아차(000270) 니로 EV(3006대)보다 앞서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모델3 중 중간 트림인 롱 레인지가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롱 레인지의 1회 충전 최대거리는 446km로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352km), 퍼포먼스(415km)보다 길다.
이에 따라 테슬라가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롱 레인지의 가격을 600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테슬라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모델3에 기본 적용된 오토파일럿을 옵션으로 변경해 가격을 낮추면 보조금 100%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 전용 충전시설에서 충전 중인 모델3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최영석 선문대학교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겸임교수는 “테슬라는 각 국의 보조금 정책이 바뀌면 보조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가격을 조정해왔다”면서 “국내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대상 기준을 30만위안(약 5063만원) 이하로 제한하자 모델3 출고가를 29만위안(약 4896만원)으로 낮춘 바 있다.
또한 전기차 시장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테슬라 가격정책의 변수로 꼽힌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차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등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경쟁 업체들이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중국 로컬 업체들은 저가 모델을 판매하면서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테슬라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 일부 모델의 가격을 인하하고 성능 차별화로 격차를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테슬라가 현재 가격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테슬라의 구매 고객층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보조금 50%를 받지 못하더라도 경쟁 차종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 “테슬라 입장에서도 가격 인하보다는 자율주행 등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