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오는 2월 유통업체의 출점·영업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가 예고된 가운데 유통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규제를 오프라인 유통 채널뿐 아니라 이커머스 업체로 확대하면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가의 경영난을 가중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유통법 개정안 14건이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핵심 쟁점은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행위 규제로, 심야 영업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일 규제 대상에 스타필드와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을 추가하자는 내용이다. 복합쇼핑몰 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 기간 중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복합쇼핑몰 규제 강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복합쇼핑몰은 비물판 면적이 일반 유통 업계 대비 넓어서 쇼핑이 목적이기보다는 여가 공간으로, 대형마트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또, 대기업의 직영사업인 대형마트와 달리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의 60~70%는 소상공인들이 운영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비물판 면적이 전체 면적의 30~40% 정도이며, 주말에 여가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이 평일보다 5배가량 높은데 영업일을 줄이는 규제를 하면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후생 감소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한국유통학회 조사를 보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는 쇼핑을 하지 않겠다는 비율은 20%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과 '경쟁 관계'라는 것은 단순한 도식화라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쇼핑몰을 포함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이미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과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침체로 답보 상태다.
상생법 규제 대상이 오프라인 점포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중 발의할 개정안은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물류 창고를 설치해 판매·배송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상생법 규제 대상에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영업시간과 판매 품목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겨 '새벽 배송' 등 일부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대형 마트 사업자는 이중 규제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의무휴업일로 문을 닫을 때마다 점포 내 PP센터도 문을 닫는다"라면서 "이미 유통산업발전접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온라인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 이미 소비자 편익과 코로나19 등을 고려했을 때 이커머스가 활성화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인데 규제법안은 현실과 괴리가 큰 것 같다"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상공인과 상생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난달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