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냐 악수냐…‘애플카’ 고민 깊어지는 정의선

미래차 리더십 경쟁력 확대 동력 기대-하청업체 전락 가능성 우려 공존
주도권 확보가 관건…"현대차, 차 시장 영향력 막강 끌려다닐 필요 없어"

입력 : 2021-01-18 오전 5:01:21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이른바 '애플카'를 출시를 위해 협력하자는 제안을 두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래차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 확대에 발목을 잡고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와 애플의 미래차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플의 자동차 사업 계획은 지난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지만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스티브 자데스키(Steve Zadesky)가 2017년 회사를 떠나면서 보류됐다. 하지만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ai(Drive.ai), 지난해에는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엑스노.ai(Xnor.ai) 등을 인수하면서 자동차 분야 진출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등 여러 완성차 업체들에 협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이 알려진 뒤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관련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에 다시 알리겠다고도 덧붙였다. 
 
애플이 최근 현대차그룹에 미래차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애플은 소프트웨어,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 부문에서 강점이 있어 협력이 성사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자동차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현대차 등 기존 완성차 업체와 제휴 필요성이 있다”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애플과의 협업으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보완할 부분으로 평가받는 IT, 소프트웨어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입장에서 애플의 충성 고객을 흡수하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미래차 경쟁력 확대에 한층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애플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매니아층을 전 세계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특히 아이폰의 감성에 열광하고 있다”면서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되면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중요해지는데 애플이 갖고 있는 자체 컨텐츠와 고객 데이터는 현대차에 입장에서 매력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애플카 제안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하지만 애플에 전기차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IT 분야에서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도 이같은 우려에 힘을 싣는다. 
 
또한 현대차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사업 전략인 비전 ‘2025’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020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5년까지 60조원을 투자해 올해부터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해 5년간 12개 이상 모델을 선보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전 라인업의 전동화를 추진해 204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8~10%를 달성한다는 비전도 공개했다. 만약 애플과 협업에 나섰다가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입만 도와주고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정 회장이 고민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애플이 다른 업체와 손을 잡게 되면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특히 최근 폭스콘은 중국 지리자동차, 바이두와 협력에 나섰다. 지리자동차는 볼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에 강점이 있는데 애플까지 가세하는 구도는 현대차그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애플카의 모습. 출처/애플카 페이스북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경쟁력이 높다는 점에서 애플과 대등한 위치에서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협상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협상에서 애플이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면 협력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면서 “애플이 IT 분야에서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협상에서 끌려다닐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애플과의 협업은 ‘남 주기에는 아깝고 직접 하기에는 겁나는’ 상황일 수 있지만 결국 미래 자동차 분야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CASE(커넥티드 카·자율주행·차량공유·전동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양사가 빠르면 올해 1분기 내로 협업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면서 “애플이 현대차그룹에 제안을 한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분야 리딩기업이라는 게 반영됐기 때문에 협상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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