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지난해 일괄적인 온종일 돌봄을 추진하던 정부가 희망 지방자치단체에만 시행하는 형식으로 정책을 강행한다. 돌봄전담사들의 신분을 일부 보장하는 등의 대안으로 처우 편차를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반발에 비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학교가 돌봄 공간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돌봄 정책을 운영하는 ‘학교돌봄터 사업’을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오는 2022년까지 아동 3만명을 돌볼 교실 1500실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등 지자체, 교육청, 학교 협의를 거쳐 지자체가 오는 3월까지 사업을 신청하면 돌봄 수요가 크고 공급이 부족한 곳을 우선 선정한다. 지자체가 돌봄서비스 이용 아동의 안전보장, 돌봄 시설의 관리 등 운영·관리를 책임진다. 기존 초등돌봄교실처럼 오후 1~5시 운영을 기본으로 하면서 오전 7~9시 아침돌봄, 오후 5~7시 저녁돌봄 등 연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교돌봄터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도록 권장한다"며 "위탁하는 경우에도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위탁을 추진해 공공성을 보장하면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정부와 국회는 지자체가 돌봄 주체가 되는 '온종일 돌봄 특별법'을 추진하다가 돌봄전담사의 파업 등 거센 저항을 받은 바 있다. 지자체가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돌봄 사업을 민간 위탁하면 처우와 고용 지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돌봄전담사들이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괄적인 입법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물러선 정부는 기존 초등돌봄교실을 어느 정도 존속시켜 종사자들의 불안감을 달래려고 하고 있다. 초등돌봄교실이 학교배움터로 전환될 경우, 기존 초등돌봄교실의 돌봄전담사는 타 학교 전보 등을 통해 교육청 교육공무직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돌봄전담사들은 이번 정책이 온종일 돌봄 특별법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여기고 있다. 최은희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부장은 "지자체는 재정 자립도가 낮아 불안할 뿐더러 사회서비스원도 공익 법인으로서의 성격이 의심스럽다"면서 "그나마 지자체 직영 내지 사회서비스원 위탁조차 '권장'이지 강제할 수 없어 더더욱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애초에 교육부는 초등돌봄교실을 학교돌봄터로 바꾸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번에 나온 정책은 전환 가능성을 열어놨다"며 "학교돌봄터가 초등돌봄교실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등 돌봄 전담사들이 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11월6일 경기도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