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전세계 자동차 업계에 친환경 차종이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서 디젤 라인업만을 고수해 눈총을 사고 있다. 소비자 선택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유럽 등에서 인기가 떨어진 디젤 차량을 한국 시장에서 재고떨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국내 출시차량의 대부분을 디젤 모델로 채웠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6년 디젤게이트 파문으로 한국에서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가 2018년 4월 복귀했다. 이후 아테온, 티구안 등 주요 차종에 디젤 모델만 들여왔다. 올해 출시된 파사트, 티록도 디젤로만 구성됐으며, 제타만 유일하게 가솔린 모델이다.
국내에서 디젤 차량의 인기는 높지 않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디젤 차량은 58만8032대로 전년(65만5605대) 대비 10.4% 감소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17만3366대, 전기차는 4만6677대로 각각 66.5% 33.2% 늘었다. 수입차로 범위를 축소해도 7만6041대로 전년(7만4235대)보다 2.4%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30.3%에서 27.7%로 2.6%p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티록 출시행사에서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 사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은 지난해 12월 열린 디지털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 미래기술에 730억유로(약 98조원)를 투자하고 2029년까지 75종의 전기차 신모델을 출시하겠다는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디젤 모델 일변도의 행보를 보여 글로벌 전략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투아렉의 경우 국내에는 3.0 TDI 모델만 있지만 중국에서는 2.0 TSI, 3.0 TSI 등 가솔린은 물론 하이브리드 라인업까지 갖췄다. 아테온, 티구안 등도 국내에는 디젤 일색이지만 중국 등 해외 시장에는 가솔린 모델도 시판 중이다.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최근 디젤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했고 올해부터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볼보는 2021년식 차량부터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을 배제하고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 모델로만 구성한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을 2024년까지 8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이 디젤 모델 재고떨이를 위해 파격 할인에 나선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폭스바겐코리아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유럽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폭스바겐이 디젤 재고물량을 한국에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허용량을 2019년 130g/km에서 2020년 95g/km으로 강화했다. 올해부터는 환경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1대당 1g/km마다 95유로(약 13만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유럽 자동차시장 분석기관 자토 다이나믹스에 따르면 2010년 50%가 넘었던 디젤 점유율이 지난해 9월 25%까지 하락했는데 이 점도 폭스바겐의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할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아테온 프레스티지, 4모션에 대해 자사 파이낸셜 서비스 이용 시 20%, 현금구매 시 18%를 할인한다. 최근 출시된 티록의 2.0 TDI의 가격은 3650만원이지만 최대 5% 할인혜택에 차량 반납 시 200만원 지원까지 더하면 3216만7000원까지 낮아진다.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독일 등 유럽에서는 디젤 차량의 인기가 낮기 때문에 폭스바겐이 국내에 재고떨이를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국내에서도 디젤 수요가 있지만 결국 고객 선택권이 박탈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가솔린 모델 출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고객 수요를 감안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