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중앙지법 원로법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이 지난해 10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수원고법과 산하 법원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김창보 서울고법원장이 "격화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재판 과정에 그대로 투영돼 재판결과를 진영논리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고법원장은 8일 이임식을 갈음한 이임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껏 재판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울고법 법관들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다툼을 법과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기울이며 제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고 자부했다. 또 "앞으로도 서울고등법원 법관들은 사회의 급격한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굳건히 지키며 국민의 기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달라"고 강조했다.
김 법원장이 이임식에서 현안과 관련해 밝힌 발언은 여기까지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사태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해명 논란을 정면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쟁 속에 법원이 휘말리는 형국에서 김 법원장의 이날 이임사는 법원 내부를 추스리기 위한 법관들을 향한 당부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법원장은 사법연수원 14기로 김명수 대법원장과 1959년 동갑이지만 연수원 1기수 선배다. 서울고법원장은 기관서열로는 대법원과 대법원에 소속된 기관 다음 서열이지만, 일선 법관들 사이에서는 항소심 최고 법원장으로 인식된다. 게다가 대법원을 제외한 기수서열을 중심으로 보면 김 법원장은 법관들 중 최고참급이다. 김 법원장의 이임사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김 대법원장은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진 뒤 내부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김 법원장은 원로법관으로 지명돼 지난달 28일자로 서울중앙지법 원로법관으로 배치됐다. 1심에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소액 사건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