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미 그래미상 후보에 65차례 오르고 23회 수상한 재즈계의 거장. 허비 핸콕, 키스 자렛과 세계적인 현대 재즈 피아니스트로 꼽히던 칙 코리아가 별세했다. 향년 80세.
최근 희귀암으로 투병해왔던 그는 지난 9일 플로리다 탐파베이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코리아는 홈페이지에 공개된 마지막 메시지에서 "음악 열정을 불태울 수 있게 도와준, 내 여정에 함께 한 모든 이들께 감사하다"며 "어디서든 창작의 기쁨을 주는 게 내 소명이었고, 그것은 내 삶을 풍족하게 했다"고 전했다.
"함께 음악을 한 친구들은 내게 가족과도 같다. 그들과 음악을 하고 그들로부터 음악을 배운 것은 축복이자 영광이었다"고도 인사를 보탰다.
코리아는 미국 재즈계의 산 역사로 불려왔다.
1941년 미국 매사추세스주 첼시 남부 이탈리아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 영향으로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줄리아드 음대를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퇴한 특이 이력의 소유자기도 하다.
1960년대 초중반 블루 미첼, 허비 맨, 스탠 게츠 등과 연주했고 1968년 핸콕 대신 마일스 데이비스 그룹에 합류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의 피아노 선율은 데이비스의 명작 중 하나인 'In a Silent Way', 'Bitches Brew' 등의 앨범에도 실렸다.
1970년대에는 데이비스 그룹에서 나와 '퓨전 재즈' 개척 항해에 나선다. 그룹 '리턴 투 포에버'를 결성해 일렉트릭 건반을 적극 도입한 라틴풍의 재즈 음악들로 인기를 누렸다.
수많은 명작을 냈으나 그 중에서도 'Light as a Feather'에 수록된 'Spain'은 코리아 자신의 커리어나 미국 재즈 역사로서 으뜸으로 꼽힌다. 1980년대부터는 '현대 퓨전재즈 사운드'의 상징인 GRP 레이블에서 'Chick Corea Elektric Band'를 결성, 활동해왔다.
아방가르드 재즈부터 클래식까지, 근 6년간 수 많은 명곡, 명반, 명언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두 장 짜리 피아노 독주 앨범 'Plays'를 냈다. 내달 14일 열릴 예정인 미국 그래미어워즈는 코리아가 낸 앨범 'All blues'와 '트리올로지 2'를 각각 '베스트 즉흥연주 재즈 솔로', '베스트 재즈 연주 앨범'에 후보로 올렸다. AP 등 외신은 사후 수상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코리아는 이 시상식 63년 역사에 네 번째로 많은 후보 지명 기록을 갖고 있다.(23회 수상, 65회 후보)
스페인과 이탈리아계이고 라틴 재즈 거장이지만 이름 탓에 한국과 많이도 엮었다.
이를 인식한 코리아 역시 생전 "헬로 마이 컨츄리", "글래드 투 비 백 투 마이 컨츄리!" 라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1994년 팔러먼트 슈퍼밴드로 처음 방한한 뒤 2018년에 홀로 한국을 찾아 공연 한 바 있다.
칙 코리아. 사진/AP·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