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비씨카드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매입업무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최원석 신임 대표가 케이뱅크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을 내놓으면서 취약한 사업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씨카드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사진은 비씨카드 본사. 사진/비씨카드
15일 비씨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3조38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697억원으로 작년보다 39.6% 하락했다.
비씨카드는 이 같은 실적 악화에 대해 매입업무 수익 감소에 따른 여파가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씨카드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실적 구조를 보면 매입업무 수익은 전체 수익에서 87.1%를 차지하고 있다. 매입업무는 가맹점 전표 매입 등을 대행하는 업무로 오프라인 결제 위축 시 여파가 크다. 타 카드사들이 카드론, 자동차금융 등 사업 다각화로 카드부문 실적 감소를 완충한 것과 비교하면 위기에 취약한 셈이다.
비씨카드는 반복되는 실적 감소를 타개하고자 사업 다각화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에는 카드사 최초로 스탁론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스탁론은 증권 계좌나 예수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비씨카드는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과 제휴를 맺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DSR(총부채원금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도입되면서 취급액을 크게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격적으로는 KT그룹 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손 잡고 데이터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씨카드는 지난 5일 신임 사장에 금융 데이터 전문가인 최원석 에프앤자산평가 대표이사를 내정하면서 케이뱅크와 시너지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바 있다. 비씨카드 측에서는 "케이뱅크와 금융 시너지를 본격화하고 KT그룹만의 특화된 종합금융 전략을 수립해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 가맹점을 타깃으로 한 중금리대출 부문에서 협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가 보유한 소상공인 가맹점 신용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케이뱅크의 중금리대출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씨카드는 케이뱅크에 가맹점 데이터를 제공해 수익을 도모하고 케이뱅크는 대출 고객을 확보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또 대출 이용자에게 비씨카드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카드사업을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비씨카드는 이런 구상에 따라 데이터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업계 최초로 PG·VAN사 7곳과 데이터 시너지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데이터를 교류하기로 했다. 추후 참여사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에는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 서비스 '비즈 크레딧'을 선보였다. 비즈 크레딧은 신용정보가 부족한 소상공인의 매출, 상권, 휴폐업 정보 등을 분석해 금융기관에 제공한다.
케이뱅크도 비씨카드 보조를 맞춰 중금리 대출 상품을 확대한다. 정책 중금리대출을 비롯해 하반기에는 자체 신용대출 모형을 활용한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일시 중단됐지만 비씨카드 가맹점 데이터를 검토해 자영업자를 위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취급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