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LG그룹과 여의도 LG트윈타워 청소 근로자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LG 측이 트윈타워 빌딩 근로자 30명에게 LG마포빌딩 근무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주장하며 근무지 변경을 거부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는 15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의 불공정거래 문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청소 용역업체인 지수INC가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전원해고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박소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 분회장은 "12년간 청소 근로자로 일해 왔는데 다른 곳은 청소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했다. 그러나 지수INC는 우리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엄동설한에 근로자를 전원 해고했다"며 "청소 근로자가 노동력을 착취당하지 않고 정당한 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들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고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 지분매각은 결국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정위는 불공정거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하루빨리 명백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가 15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인도에서 'LG 불공정 거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트윈타워 청소근로자들은 LG그룹 빌딩 관리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과 지수INC간 계약 해지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지난 1월1일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S&I는 청소 서비스 품질 저하를 이유로 지수INC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이는 청소근로자와의 갈등 촉발 계기가 됐다.
특히 지수INC는 LG와 별개 기업으로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해왔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 구휜미씨와 구미정씨가 각각 50%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일었다.
LG그룹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수INC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특수관계인 소유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LG 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트윈타워 근무연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S&I가 올해부터 백상기업에 새로 청소 용역을 맡겼기 때문이다. 이미 백상기업의 새로운 청소 근로자들이 트윈타워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LG는 트윈타워에서 농성중인 청소근로자 30명에게 여의도에서 가장 가까운 LG마포빌딩 근무를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 근무지에서 고용승계를 보장하라는 요구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그간 청소근로자분들이 트윈타워에서 근무했으니 계속 트윈타워에서 근무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마포빌딩에서는 근무가 가능하면서 트윈타워는 안된다고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 측 관계자는 "지수INC가 운영하는 사업장 중에 노조의 요구대로 전체 청소 근로자가 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곳이 마포빌딩"이라며 "트윈타워에는 신규 청소 용역업체가 들어와 있는데다 LG와도 관련없는 업체인데 기존 청소 근로자를 고용해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트윈타워 고용 문제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터라 갈등이 순순히 봉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정무위 상임위원)은 "특수 관계인에게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한 거래와 부당한 지원행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정무위원회 상임위에서 관련 사안을 엄중히 다루고 공정위에 LG그룹 계열사들의 부당지원 사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